대구 남구 대명5동 미군부대 캠프워커.
차태봉(80) 할아버지가 그 앞에 섰습니다.
백발이 되도록 시름으로 보낸, 한(恨) 많은 '이웃'입니다.
열살 때, 이사 온 초가집이 하필 활주로 담장 옆.
이 '잘못된 만남'이 운명의 시작이었습니다.
"타타타타" 치누크 헬기가 뜨던 날
초가지붕, 이웃 기왓장이 맥없이 날았습니다.
"미군부대 옆 주민은 사람이 아니냐?"
1982년 그 시절, 멋모르고 청와대에 민원을 들이밀다
'간첩'으로 둔갑해 죽을 뻔 했습니다.
그 어른이 찾은 백담사를 알기까지 숨만 쉬고 살았습니다.

굉음은 귀를 찢고, 진동은 담벼락을 갈랐습니다.
주민들은 신경약을, 담장은 본드를 달고 살았습니다.
구청·시청, 캠프워커·미8군 사령부·국방부, 총리실·청와대….
1993년부터 모아 둔 민원 접수·회신 딱지만 51건.
대통령이 일곱 번 바껴도 대답은 "기다려 달라"였습니다.
2009년, 주민에 떠밀려 구멍가게 주인이
팔자에도 없는 미군헬기 소음피해 대책위원장이 됐습니다.
2012년, 일흔둘의 노구로 미군 담장을 넘었습니다.
사령관 좀 만나자 했더니 은팔찌를 내밀었습니다.
그때 심정을 그의 일기장은 고스란히 기억했습니다.
"폭력시위는 절대 해서는 아니 된다…."
활주로 담장 인생 70년, 소음 피해 민원 30여 년.
지난 11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가
헬기장·동편 활주로 부지 반환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반환 약속 후 18년, 땅값(316억) 완납 후 6년 만입니다.

분(憤)은 풀었는데 몹쓸 한(恨)만 잔뜩 쌓였습니다.
주민들은 약만 쓰다 하나 둘 세상을 버렸습니다.
피해 배상 한푼 없이, 야속한 세월이 또 그냥 갑니다.
겨우 헬기를 물리쳤더니 '재개발'이 쫓아왔습니다.
갈곳이 어딨나며 할머니는 한달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할아버지는 담담했습니다. 목소리는 더 또렷했습니다.
"이것도 나의 운명 이지요" " 약소국의 설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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