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돌이켜본다. 자치분권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올 한 해는 자치분권의 제도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분투한 시간이었다. 지난 2월, 16개 부처의 400개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일괄이양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이용비용평가전문위원회'가 출범하여 사무에 따른 이양 비용으로 1천549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등 사무 이양과 비용평가, 재정지원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졌다.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자치권 침해 요소가 없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자치분권 사전협의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였고, 법령에 존재하는 사무를 전수조사하여 중앙-지방 간 사무 배분을 위한 기초를 쌓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지난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새로운 시대 지방자치가 나아갈 출발점이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민선 지방자치가 재실시되는 계기가 된 1988년 전부개정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중앙이 이끌고 지방은 따라오는 방식으로 발전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법이니 한 세대를 지나며 성장해 온 지금의 지방자치와는 간극이 있었다. 지방이 국가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시대의 기틀이 될 이번 전부개정의 주요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주민참여의 획기적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였고, 지방의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주민참여권이 신설되었다.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하여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주민조례발안과 주민감사청구를 위한 인구 요건을 완화하며 참여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단체장의 선출 방식 역시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모든 자치단체가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기관분리형을 적용하고 있지만 주민투표를 거쳐 의회에서 단체장을 선출하거나, 의회의 상임위원회가 집행부 역할까지 겸임하는 기관 구성 형태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성을 강화하였다. 지방의회 사무 직원의 임용권을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의정 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함으로써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였다. 동시에, 의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성 확보 기제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징계 전에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였다. 지방의회에 기록표결제도를 도입하고 의정 활동 정보공개를 의무화하여, 주민에 의한 견제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셋째, 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였다. 국가 중심의 자의적 사무 배분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지방의 사무로 배분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명확히 하였다. 자치단체 간 광역적 사무를 함께 처리하기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도 가능해진다. 법률이 조례로 위임한 범위에 대한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고, 지방의 국정 참여를 제도화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도입한다.
평범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도 한 해는 가고, 2021년이 다가오고 있다. 올 한 해 열심히 다진 토양 위에서 새로운 지방자치가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고민과 그 결실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는 성숙한 지방자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주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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