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 영천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

필자는 포은 정몽주 선생 21세손이고 집성촌에서 나고 자라 영천이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임고서원은 성리학의 대가인 포은 선생이 태어난 곳이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 애틋하다.

얼마 전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마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지방 소멸의 위기와 인구 감소 문제가 안타까웠다. 인터뷰에서 선원마을 어르신 정희웅 씨와 정영호 씨의 애정 어린 마을 사랑을 읽었다. 400년 이상 영일 정씨 집성촌,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재가 있는 전통마을, 한때 주민이 1천여 명이 넘었다는 전설 같은 슬픈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문득 필자가 있었던 대구 김광석거리가 떠올랐다. 도시가 젊어지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가 역동적이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 마을 주민도 있고 청년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청소년과 청년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마을 주민이 이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와 전통,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해 나가는 곳이 된다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유교의 고장과 전통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연한 사고로 문학, 독서, 인문학, 예술 등과 협업이 필요하기도 하다.

시인보호구역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청소년독서문화캠프에 경상권 대표 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대구와 경북, 두 곳에서 진행했는데 서울 소재 국제중학교,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의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책을 읽는 전형적인 독서캠프가 아니라 문학작품이 뮤지컬로 변신하고 문학작품이 사진·연극·만화·동화 등으로 재탄생되는, 책 없는 독서캠프였다. 역시나 참가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통 체험프로그램, 유교적 예절 교육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4D, 5G 세대인 청소년들에게는 구석기시대 유물로 치부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가치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또 작년에는 영호남문학청년학교를 2박 3일 캠프로 기획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문학은 시, 소설, 수필, 평론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도 최근에는 여행 에세이, 웹소설, SF소설이 새로운 장르로 떠올랐다. 영호남문학청년학교 프로그램에 기존 문학 장르는 물론 문학 청년들이 좋아하고 주목하는 장르도 접목했다. 아니나 다를까, 웹소설 캠프에 가장 많은 청년들이 몰렸다. '역동적으로 된다'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역동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 또한 역동적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때 우리 캠프의 평균연령은 30세였다.

필자는 임고서원 운영이 포은선생숭모사업회로 넘어가기 전 담당 공무원을 통해 임고서원 일대 인문예술마을만들기 프로젝트 기획서를 제안한 바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시로 쓰고, 이들의 활동을 다큐영화로 제작하고, 어르신들의 스토리를 그림으로 그려 마을회관이나 빈집을 통해 마을 갤러리로 탈바꿈시키는 안 등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좋은 기획이라고 하면서 실과에 소개시켜 줬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우리는 이미 어떤 장르와도 어떤 지역과도 어떤 세대와도 협업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폭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영천의 지방 소멸 위기와 인구 감소 문제를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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