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로 예고된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간 입장차가 크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가 크다며 최고 20%대 인상을 요구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적자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우려가 있다며 과도한 인상을 제동걸고 있다.
◆"문케어로 비급여·실손 비중 낮추겠다"
지난 18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2017년 이후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케어)가 실손보험에 어느만큼 반사이익을 줬는지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다.
민간 보험사가 의료비 중 비급여 진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료는 현재 월 1만원 중반대로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가 의료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다 보니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과 전체 보험료 부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는 문케어로 의료비 중 급여항목 비중을 늘릴 경우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줄어 반사이익이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협의체는 반사이익률을 검토해 다음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해 왔다.
처음 정부는 총 3천600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할 때 실손보험금 감소 규모가 13.1~25.1%에 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실제 반사이익은 2018년 6.15%, 지난해 0.6% 등으로 낮게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9%로 제한한 뒤 올해 재검증해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보험사 "문케어 반사이익 미미…실손 인상 시급"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실이 커 20%대 인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실손보험 손실액은 2017년 1조2천195억원(손해율 123.2%), 2018년 1조3천342억원(121.8%), 지난해 2조4천313억원(134.6%) 등 꾸준히 늘고 있다.
보험업계는 올해도 반사이익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병원이용이 줄었음에도 실손보험 손해율과 손해액은 늘어서다. 일부 가입자는 재난지원금으로 불필요한 정형외과 도수치료, 한의원 추나요법 등을 받은 뒤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현금을 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보험연구원이 지난 6일 발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실손보험 손실액 누계는 1조7천383억원, 손해율은 130.3%로 컸다. 손해율 130%란 가입자가 보험료로 100원을 냈고,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130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실이 누적돼 실손보험 공급이 줄어드는 등 문제가 크다. 보험료 인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소비자에 부담 떠넘겨선 안 돼"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를 과도하게 올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가입 사실조차 잊고 지내기도 한다는 이유다.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65.7%는 한해 보험금을 한번도 청구하지 않았다. 병원에 자주 가는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는다.
더구나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천800만명에 달하는 일명 '제2 건강보험'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실손보험을 공적 영역으로 규정하고, 가입자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 간접적으로 보험료 상승을 막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4세대 실손보험' 개편안을 내놨다. 보험금을 많이 타는 사람일 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내년 7월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을 적용하면 한해 실손보험 수급액이 많은 가입자는 이듬해 갱신 때 보험료가 오를 전망이다. 수급액이 많지 않은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인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보험료 인상" 고지…하향 조정될 수도
이달 초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내년 1월 실손보험이 갱신되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를 올릴 예정'이라 고지했다. 보험사들은 영업일을 기준으로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고객에게 인상 예정 사실을 알려야 한다.
예고문 발송 대상은 2009년 10월부터 판매한 '표준화 실손', 2017년 3월부터 판매한 '신(新) 실손'(착한 실손) 가입자 중 내년 1월 갱신하는 가입자다. 표준화 이전 상품인 '구(舊)실손' 갱신 시기는 내년 4월이라 이번 안내 대상에는 빠졌다.
보험사들은 표준화 실손 가입자 인상률을 최고 20%대 초반, 신 실손 가입자도 최고 10%대 초반 인상률을 적용할 것으로 공지했다.
다만, 조만간 금융당국이 보험업계 희망 비율보다 인상률을 낮게 확정 발표하면 보험업계는 당초 가입자에게 예고한 것보다 인상률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리 수치만 놓고 보면 손해가 막심해 실손보험료를 20% 이상 올려야한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일종의 '국민보험'인 만큼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인상률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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