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서울시장선거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통령선거 일정(2022년 3월 9일)을 고려하면 대권 재수는 포기하고 보다 긴 호흡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2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서울시장 출마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관건은 안 대표가 나름 심사숙고한 용단(勇斷)에 야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자칫 본인이 제안한 후보단일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 할 경우 정치적 생명까지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조차 되지 못 하면 추후라도 야권단일후보로 대권도전에 나서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여당 후보를 압도할 만한 예비후보가 나서지 않은 제1야당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당장 내년 4월 재보궐선거 공천심사를 책임질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내정)은 '천군만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력(戰力)에 보탬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전성기 때만한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경쟁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안 대표 '나를 따르라', 인지도 절대적 우위 바탕 야권단일후보 요구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은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가운데 안 대표 만 한 인지도를 보유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해 97만표(19.55%)를 얻었다. 당시는 박원순 시장의 독주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등판 속에 치러진 선거였다. 안 대표는 앞선 2017년 대선에도 출마해 21.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대표가 원내의석 3석의 소규모 정당 대표임에도 자신 있게 야권후보 단일화를 언급하며 '나를 따르라!'를 외치는 이유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등 자신과 대권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해 온 인사들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 같은 결심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선거는 각 정당이 진검승부를 펼치는 사생결단의 무대인데 원내의석 3석의 국민의당 대표가 그 전쟁터에서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결국은 안 대표가 자신의 몸값을 최고로 받을 수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쇠를 쥔 제1야당의 반응은 크게 나쁘지 않다.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된 정진석 의원은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소식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문(文)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정권교체를 이뤄야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고 안 대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제1야당 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규칙 논의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선 향후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고 경선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입장 선회로 야권연대 논의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솔직히 지금까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로는 '전쟁'을 치르기 어렵다는 평가가 당내에 팽배해 있었다"며 "안 대표가 새롭고 또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이 '딴딴한 후보'를 내놓지도 못 하면서도 안 대표의 후보단일화 제의를 거절할 경우 선거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된다. 설상가상 안 대표가 독자출마로 선회할 경우 야권분열로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쳤다는 여론의 질타까지 감당해야 한다.

◆ 국민의힘 '언제적 안철수냐! 서울시장감인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100%를 적용해 무난하게 야권단일후보가 되는 꿈을 꾸겠지만 제1야당으로선 그렇게 맥없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줄 경우 1년 뒤 치러지는 차기 대선준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안철수가 언젯적 안철수냐! 안 대표가 내가 하겠습니다하면 제1야당이 네 알겠습니다 할 정도로 안 대표가 여전히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자력으로 서울시장을 배출하지 못 하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물러서면 차기 대통령선거도 힘들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당장 여론조사를 돌릴 경우 당내 경쟁후보보다 안 대표가 얼마나 더 나올지도 의문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여권에서도 안 대표의 출마에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의사 표명에 악담으로 응수했다.
정 의원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출마선언 후 (안 대표에 대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시간이 갈수록 야권후보 단일화 논란속으로 빠져들 것이기 때문은 (안 대표가)출마선언은 하되 완주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정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혁신 플랫폼을 제안하며 국민의힘에 손을 내밀었을 때, 국민의힘은 사실상 손절했다. 약체 야당의 서러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점점 쇠락해가는 국민의당 당세와 점점 떨어지는 존재감을 끌어올리려는 고육지책의 출마선언 악수"라고 비판했다.
제1야당에서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안 대표의 출마선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여러 출마자 중 한 명일뿐'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출마선언에서 조만간 김 위원장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를 비쳤지만 그동안 두 사람이 보여 온 냉랭한 관계를 고려하면 성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야권에선 안 대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민주당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주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보수진영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안 대표를 그저 인지도가 높다고 받아들여서 단일후보로 추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직선거에 국민의힘이 간판까지 걸어서 단일후보로 내보내려면 최소한의 안 대표의 정체성은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 대표가 과거 지지율만 믿고 국민의힘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보다 겸허한 자세로 보수진영에 제대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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