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스러운 말이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말 중 '추노'라는 게 있다.
어원은 조선 시대 도망간 노비를 주인에게 찾아주는 것을 뜻하는 추노(推奴)인데, 요즘은 일이 너무 힘들면 일당을 포기하고 그대로 작업장을 이탈해 버리는 것을 뜻한다.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까지 마친 직원이 일언반구도 없이 도망간다니 믿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일을 여러 사업장에서 경험하고 있다니 사람을 믿고 채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다.
고민 끝에 채용한 사람이 갑자기 도망간다면 '회사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일하는 환경이 좋지 못한가' 같은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데, 누구라도 힘이 쭉 빠지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말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젊은이들의 상황도 생각해볼 법은 하다. 이들이 일을 조금 해보고 도망간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막상 신입 사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자신은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막상 일을 해보면 스스로가 생각하던 것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점이 문제일 거란 답변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는 '일학습병행'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학습병행은 올 8월부터 법제화되어 그 기반을 다지는 한편, 1만5천여 기업이 이미 참여 중인 사업이다. 독일과 스위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제제도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조정했다. 일에 익숙하지 못한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일을 하는 동시에 직무교육을 진행해 단기간에 숙련된 인재로 양성하는 제도다.
물론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 고용주들은 일을 시키려고 채용한 인원에게 공부까지 시키기는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학습병행에서 말하는 직무교육은 학원 같은 곳에 보내 진행하는 집체교육이 아닌 OJT(On the Job Training·직장 내 교육훈련) 교육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선임 근로자가 교사의 역할을 맡아 기업의 일을 계획된 훈련 과정에 맞게 알려주는 것이다. 시간이나 자원적으로 기업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일학습병행 사업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활용한 맞춤형 훈련 과정 개발부터 훈련 지원금, 기업 전담 인력 수당까지 지원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을 받는 학습근로자에게도 훈련 종료 시점에 평가를 해 직무에 따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화업종 지원센터인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은 이미 2015년부터 일학습병행을 기업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19년에는 40여 개의 일학습병행 기업과 같이 훈련을 진행하여 사업 수행평가 'A'등급을 달성한 기관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자동차 산업기계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신청 지원, 훈련 과정 개발 지원, 훈련 행정 사항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요즘처럼 사람 쓰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한 명의 근로자가 기업의 중요 인재로 거듭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도 이에 관한 고민이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수한 능력을 가진 구직자를 찾아 채용하는 것이겠지만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성장시키는 것도 다른 방법이다.
일학습병행 사업 도입을 통해 기업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여 근로자를 성장시킨다면 일이 어렵다고 도망가는 '추노' 현상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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