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전역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대형 쇼핑몰과 호텔은 광장과 로비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경쟁적으로 설치했다. 하얼빈에서는 세계 최대의 빛과 얼음의 축제 '빙등제'가 개막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 단계로 접어들면서 크리스마스는 고사하고 사상 처음으로 교회에서 성탄 미사와 예배마저 열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인 세상이다.
중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간헐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6월 신파디시장발 대규모 감염 사태 이후에는 통제가 되고 있다. 12월 들어서면서 베이징 시내에서는 크리스마스캐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대형 쇼핑몰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등 연말 분위기가 제법 난다.
온 누리에 사랑과 평안이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와 관계없이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예년처럼 보내고 있어 딴 세상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서로 사과를 선물하는 중국의 크리스마스 풍경도 여전하다. 왜 선물로 사과를 주느냐고? 크리스마스이브를 중국어로는 '핑안예'(平安夜)라고 하는데 평안한 밤을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과는 중국어로 '핑궈'(苹果)다. 한자는 서로 다르지만 '핑안'과 '핑궈'가 발음이 비슷해서 크리스마스이브(핑안예)에 사과(핑궈)를 선물하는 것이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平平安安过)를 담게 된 것이다. 물론 사과를 선물하는 풍습이 오래된 중국 고유의 풍습은 아니다. 중국인 사이에 사과 선물이 보급된 것은 불과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또 하나, 사과에 대한 속설도 일조했다.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자정에 사과를 길게 깎으면서 거울을 보면 자신의 미래 반려자를 볼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이 속설이 중국의 한 인기 드라마의 소재로 소개되면서 민간에 널리 퍼지게 됐다.
여러분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사과를 길게 깎으면서 거울을 한번 보시라. 물론 '빼빼로데이'가 사실 한 제과 회사의 마케팅 차원에서 비롯되었던 것처럼 사과를 많이 팔기 위한 상술 차원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문화와 상술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상인(商人)의 나라인 중국인의 상술(商術)은 세계 최고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우리나라처럼 기독교 국가가 아닌 나라마저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해서 쉬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종교는 중국에서 아주 민감한 소재다.
중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분명하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을 제외하고 진정한 종교인을 찾기가 어렵다. 중국인들의 내세관이 현실적이라는 점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종교는 아편'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말을 착실하게 실천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에서 선교는 허용되지 않는다.
종교 집회는 당국의 허가를 받은 단체만 할 수 있으며 그것도 허가된 장소에서 해야 한다. 한마디로 중국에서는 선교도 집회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사실상 종교 박해다. 2년 전인 2018년 베이징과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허베이성 랑팡시는 크리스마스 기념행사와 선물 주고받기를 금지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화환, 양말을 팔거나 사는 사람도 처벌받을 것"이라는 강력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지방 소도시이기는 해도 시 당국의 조치에 대한 전 세계의 비판과 조롱이 거세게 일자 중국 정부는 "과도한 상업화를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랑팡시는 금지 조치를 철회하지 않았다. 베이징 등의 다른 대도시에서 크리스마스를 강제로 금지하는 조치는 없었다.
이 같은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부정적인 인식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종교의 자유는 요원하다.
굳이 '사교 집단'으로 규정해서 과도하게 탄압하고 있는 '파룬궁'의 사례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종교는 중국공산당을 위협하는 위험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경계하는 것일 것이다. 종교를 갖고 있는 중국공산당원을 찾기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공산당 고위 간부가 특정 종교를 믿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당적을 박탈당하고 처벌될 것이다.
'과학적 세계관'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공산당이 종교를 허용한다면 당의 뿌리가 무너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중국인의 90% 이상이 종교가 없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오늘, 베이징과 상하이 길거리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캐럴이 흥겹게 흘러나오고, 이브에는 '핑안'이 새겨진 사과를 주고받을 것이다.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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