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기 경북 칠곡군수가 22일 '산타클로스'로 변신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기 위해서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6천37명을 파병했으며 참전용사 후손 중 한국에 거주하는 이는 30가구 정도다.
◆"칠곡 산타가 왔습니다"

백 군수는 이날 칠곡군청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화상을 통해 서울시 노량진에 거주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크두스(10) 군과 동생 마피(7) 양에게 성탄 선물을 전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전달이 어려워지면서 택한 결정이다.
백 군수는 이들에게 칠곡군민들이 마련한 선물에 대해 설명한 뒤 "70년 전 크두수 군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해주신 것에 대해 칠곡군민들은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며 "그 후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훌륭하게 성장해줬으면 좋겠고 크리스마스 축복도 많이 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크두스 군은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후 백 군수는 전남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참전용사 후손 이스라엘 씨와도 화상 연결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에게 주는 칠곡군 1호 장학증서와 함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번 선물 전달은 백 군수가 지난달 국내 거주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성탄 선물을 보내자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이뤄졌다.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유치원생에서부터 어르신까지 각계각층의 동참이 이어졌다.
주민들의 갖가지 사연과 마음이 담긴 선물은 산타로 변신한 백 군수의 선물보따리에 가득 담겨져 24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원회를 통해 후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백 군수는 "오늘 저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산타로 만들어준 군민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우리의 작은 성탄 선물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겐 명예를, 후손들에겐 자부심과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위·코로나도 뚫어버린 온정의 손길

성탄 선물은 칠곡군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마련된 것이다. 군민들은 한국 거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이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집에서라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했다.
칠곡군 왜관읍 소망어린이집 원생들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었고, 인형극단 '상상'은 내전 중인 에티오피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장난감(다문화가족 전통놀이 체험키트)을 제작했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청년밴드 '커피밴드'는 직접 부른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등 2곡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헌정곡으로 보냈고, 매일신문 칠곡군자문위원회는 이스라엘 씨에게 장학금 등을 지원했다.
따뜻한 에티오피아와 달리 한국의 혹독한 추위를 걱정하는 선물도 있었다. 북삼읍 어로1리 주민들은 손뜨개로 목도리를 제작했고, 석적읍 한솔솔파크 아파트부녀회는 겨울 감기에 좋다는 생강차를 만들었다. 백 군수도 사비를 들여 내의를 마련했고, 연평도 포격 참전용사는 핫팩을 보내왔다.
한국의 정을 담은 전통음식과 농산품 선물도 눈에 띄었다. 석적읍 망정1리 주민들은 김장김치를 담갔고, 기산면 농부 김종기 씨는 햅쌀을 보내왔다. 동명면 농민 손향남 씨는 된장을 선물했고, 기산면 농부 오순기 씨는 누릉지 세트를 기탁했다.
이밖에도 백 군수의 선물보따리에는 마스크와 생필품, 과자류, 의약품 등도 여럿 담겼다. 봉사동아리인 봉트리는 면 마스크를 직접 제작했고, 새중앙약국은 연고와 반창고 세트를 보내왔다.
◆칠곡군과 에티오피아의 인연
칠곡군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방어선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다부동전투가 치러졌던 곳이라는 점에서 '호국평화'를 도시 정체성으로 삼고 다양한 관련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에티오피아 지원사업도 그 일환이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253차례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는데 일조했고, 고아원도 설립해 전쟁고아를 돌봤다. 이에 대한 결초보은의 의미로 칠곡군은 2014년부터 에티오피아 티조 지역을 '칠곡평화마을'이라 명명하고 초등학교 2곳 신축, 식수 저장소 4기 및 식수대 11기 건설, 새마을회관 건립 등 환경개선 및 주민 소득증대 지원사업을 전개해왔다.
올 6월에는 코로나19 방역 지원에 나서 에티오피아 주한대사관을 통해 마스크 3만 장 및 손소독제 250병 등 코로나19 방역물품과 손편지 700여 통을 참전용사들에게 전달했다. 백 군수가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 수(6천37명)만큼 마스크를 기부하자는 '6037 캠페인'을 지난 4월 제안한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순심연합총동창회 이승호·정익균 부회장 등의 기부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관에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인터뷰]백선기 칠곡군수 "7년에 걸친 에티오피아 지원, 군민 동참 있었기에 가능했죠"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칠곡군은 올 한해 특별한 에티오피아 지원사업을 펼쳤다.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지원,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성탄 선물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지원사업의 선봉장에 서 있는 백선기 칠곡군수를 만나 그간의 과정 등을 들어봤다.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및 후손 지원사업을 직접 기획했다고 들었다.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지 않았나. 에티오피아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방역물품이 부족할 것 같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방역물품을 보내는 '6037 캠페인'을 기획했다. 군민들의 적극적인 동참 덕분에 당초 목표치보다 5배 이상 상회한 물품을 참전용사들에게 보낼 수 있었다. 이후 국내에 거주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 중 일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들에게 성탄 선물을 보내는 캠페인을 생각하게 됐다."
-에티오피아 지원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상도 받은 것으로 안다.
"올 10월 월드비전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월드비전 국제총재상'을 받았다. 이 상은 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칠곡군민의 7년에 걸친 에티오피아 지원 노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호국평화의 도시 칠곡군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주신 우리 칠곡군민들, 최고다."
-칠곡군 최초 경상북도시장군수협의회장 선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 선임 등 올해 군수님의 대외행보도 활발했다.
"올 6월 울진에서 열린 민선 7기 제10차 정기회의에서 칠곡군 자치단체장 최초로 경북시장군수협의회장에 선출됐다. 9월에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에도 선임돼 지방분권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활동들에 대해 군민들이 상당히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아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도 칠곡군수로서 군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며 아울러 경북을 대표하는 단체장으로서 중앙에서 제 목소리도 충실히 내겠다."
-마지막으로 군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보훈과 나눔 행보로 칠곡군이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군민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은 임기 동안 변함없이 지역을 알리고 그 가치를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다들 걱정이 많으신데 군민 한 분 한 분 모두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 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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