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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임대차 3법과 민간주택 임대 시장의 변화

정성용 대구대 부동산·지적학과 교수
정성용 대구대 부동산·지적학과 교수

정부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임대차 3법을 도입했다. 임대차 3법이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추가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신고제를 의무화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칭한다.

임대차보호법에서 새로이 추가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임차인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크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경과하였으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비정상으로 변동하고 있으며 임차인의 주거는 더 불안정해진 것 같다.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물건 품귀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지역의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풍선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풍선효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대구시 수성구를 포함한 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그 후 한 달도 경과하지 않은 12월 17일에 또다시 대구시 전 지역, 경산시와 포항시 남구를 포함한 전국 36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일련의 핀셋 규제 효력은 이미 무력해진 느낌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돼 발생하는 국지적인 사회질병(Social Disease)이 아니다. 부동산 광풍은 전국으로 확산돼 다른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진 고약한 난제로 변모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의 발생 지역을 정확하게 탐색해 표적 치료하는 핀셋 처방은 여전히 증상(현상) 처방이지 문제의 발생 원인을 치료하는 원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전세 물건의 품귀 현상과 부동산 가격 상승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는 핀셋 규제는 단편적이고 사후적인 현상 처방인 듯싶다. 현재의 전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개정 임대차보호법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의 소급 적용을 허용했다. 기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소급 적용해 줌으로써, 전세 물건의 품귀 현상은 심화됐다. 기존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권에 의한 재계약이 신규 전세계약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부분의 기존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통한 재계약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의 신규 전세 물건은 대폭 감소했다. 또한 가격상한제를 적용받는 계약갱신권에 의한 전세가격은 신규 전세가격보다 저렴하다. 이에 따라 동일한 주택에 대해 계약 유형(계약갱신계약 혹은 신규 전세계약)에 따라 이중 가격이 형성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되는 2년 후의 전세가격은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계약갱신권이 종료된 2년 후 재계약시, 임대인은 시장가격에 계약갱신권으로 인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소득을 추가한 금액으로 신규 전세계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인상된 전세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임차인은 저렴한 주택으로 어쩔 수 없이 이사하는 주거 하향 이동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주택의 질을 저하시키고 편법 거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전월세 상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낮으면, 임대인은 시설 유지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그 비용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도배, 장판 및 싱크대 수리와 같은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또한 임대인은 특정 임차인만을 선별해 계약하는 임차인 차별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민간 임대 시장에 대한 과다한 규제는 편법 거래를 조장하고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며 나아가서 임대주택 공급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나라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수준은 10% 이하로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높은 공공임대주택 보급률(20~40%)을 지닌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임대주택의 공공성 기준을 민간 임대 시장에 강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는 민간 임대 시장의 규제 강화보다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에 최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심 지역에 공공 참여형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의 활성화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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