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 기사를 보고-냄비 근성이 아닌 가마솥 근성으로 맞서자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매일신문에 최근 '12월 13일 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라는 제목의 행사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중국 정부는 재작년부터 12월 13일을 난징(南京) 대학살 국가 추모일로 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3회째인 올해 행사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정치국원 겸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연설에서 일본과 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희생자 수에 대해 '30만 명'이라고 언급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어떤 음모도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세계와 중국인의 비난과 경멸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난징 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 차원의 추모행사에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본인은 2019년 1월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주최한 '상하이 항일 유적지 탐방 및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임시정부가 소재했던 곳을 찾았다가 난징에도 들렀다. 난징은 1937년 12월 13일 상하이를 점령하고 있던 일본군이 난징을 공격, 불과 6주 만에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난징 대학살이 일어난 곳이다. 당연히 우리는 난징 대학살 기념관을 찾았다.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한 자리가 바로 일본이 집단 학살을 자행했던 13곳 중 하나다. 단 하루 만에 중국군 포로와 민간인 1만여 명을 이곳에서 기관총으로 살해했다. 중국은 난징 대학살을 20세기에 벌어진 최대 참극으로 꼽는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천장에 300,000이란 숫자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중앙 홀 스크린에서는 대학살로 희생된 실제 인물들의 사진이 방영되고 있고, 기념관 모퉁이에서 12초마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섬하게 들린다. 대학살이 벌어진 6주간 12초마다 한 명씩 30만 명이 죽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념관 밖에 있는 만인갱(万人坑)은 수백여 구의 유해가 발굴된 현장을 보존해 놓은 곳이다. 섬뜩한 느낌이 드는 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중국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내 가슴에 새겨진 감상이었다.

우리나라도 일본에 가해 책임을 묻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소녀상으로 전 세계에 참사를 알리고 있는 위안부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건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배상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1940년대에 일본의 군수 기업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 한국 정부가 피고 회사의 국내 자산 처분에 나서고 일본의 배상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장차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은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일본에 보여주고 역사는 왜곡되거나 지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조적으로 우리 국민성을 '냄비 근성'이라 말한다. 문제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들끓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식어 버리는 성정을 말한다. 나는 우리 국민성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 국민성은 가마솥 근성이 아닐까 한다. 옛날 우리 모든 시골집엔 가마솥이 있었다. 가마솥은 한 번 데워지면 식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 우리도 금세 끓었다가 금세 식어 버리는 냄비 근성이 아닌 천천히 데워지지만 서서히 식는 '가마솥 근성'으로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갖고 일본의 만행을 대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왜곡되거나 지워지는 것이 아닌 확실한 실체가 아닌가! 그래서 잊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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