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1시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개찰구 옆 마스크 판매대에 KF94 마스크 3장이 꽂혀 있었다. 한 장당 1천원을 내면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는 '양심 마스크 판매대'. 안내 글귀를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무작정 가져갈 법도 했지만 10여 분이 지나도 마스크를 그냥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공짜인줄 알고 가끔 마스크를 그냥 가져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양심적으로 돈을 내고 마스크를 구입한다"고 했다.
양심 마스크 무인 판매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도시철도공사는 마스크를 분실한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판매를 기획했다. 현재 대구도시철도 91개역 103곳에 양심 마스크 무인 판매대가 설치돼 있다.
마스크 공급에는 서울의 한 유통업체가 동참했다. 휴지, 마스크 등 소모품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석점복 대표는 도시철도공사의 제안에 선뜻 나섰다. 손실은 예견됐지만 대구가 고향이었던 석 대표는 고향을 위하는 마음으로 동참 의사를 밝혔다.
석 대표는 "당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시기여서 구하기도 어려웠고, 이익을 낼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해보자 싶어 선뜻 나섰다"고 했다.
'비양심 마스크 구입자'는 거의 없었다. 6개월 간 이어온 무인 마스크 판매에서 그냥 가져가거나 10원짜리 동전만 넣고 가는 경우가 가끔 생기지만 하루 마스크 판매액에서 손실은 10%를 밑돈다. 90% 이상이 양심을 지킨 것이다.
업체 수익은 거의 없다. 5~11월 판매 마스크는 4만 5천여 장에 이르지만 거둬들인 금액은 투자금액의 90%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5월 덴탈 마스크가 인기를 끌자 마스크 한 장당 단가가 920~980원에 달했다. 매달 판매액에서 10% 정도 손실이 나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액을 회수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특히 판매 초기에는 91개역 전체 일일 평균 판매량이 405장에 달할 정도로 많았지만 현재 마스크 판매량은 일평균 56장에 그친다.
석점복 대표는 "대다수 시민들이 양심껏 동참해주는 만큼 더 이상 무인 마스크 판매가 필요없다고 하기 전까지는 꾸준히 공급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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