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반체제 인사가 한밤중에 사라져 영원히 소식을 들을 수 없는 나라"라고 표현하며 현대적 개념의 전체주의와 거리가 먼 영국의 '구식' 독재에 대한 간디의 비폭력 저항은 소련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나는 왜 쓰는가') 스탈린 독재는 그처럼 무지막지했다. 하지만 스탈린 독재는 이런 공포와 이를 불러오는 감시와 통제, 투옥과 처형에만 의존한 게 아니었다. 스탈린은 든든한 추종자들이 많았다.
스탈린 장례식 풍경은 이를 잘 보여준다. 스탈린은 사망 후 몇 시간 만에 레닌처럼 방부처리돼 인민에게 공개됐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눈물 젖은 창백한 얼굴로 시신이 안치된 모스크바 노동조합회관으로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추모하겠다며 밀치다 수백 명이 질식하거나 경찰 기마(騎馬)에 밟혀 죽었다.
당시 소련 인민 일부는 스탈린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했다. 한 젊은이가 전하는 자신의 장모의 반응은 그 심도(深度)를 압축해 보여준다. "스탈린 동지가 죽었으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일을 해야 하나?"('독재자들', 리처드 오버리) 스탈린을 혐오했던 사람들은 이런 스탈린 숭배를 마주하고 절망했다. 이런 사실은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독재가 작동하려면 독재자를 추종하고 영합하는, 독일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표현대로 '자유로부터 도피'한 인간 군상(群像)이 있어야 한다는.
이들 스탈린 숭배자의 21세기 한국 버전이 자칭(自稱) '대깨문'이다. 이들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는 '무조건'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가 잘 보여주는 바다. 지지 이유로 그저 '열심히 한다' '전반적으로 잘한다' '모른다'고 답한 지지자가 30%를 넘는다. 이런 맹목적 지지, 아니 추종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법치를 파괴하며, '소주성'과 부동산 대란으로 서민의 삶을 파탄 내고, 정부 공인 해석 말고는 5·18에 어떤 이견도 불허한다며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만적 '연성(軟性) 독재'의 기반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는 이른바 '마(魔)의 40%대'가 깨지면서 30%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통상적으로 국정 수행 동력이 상실된 것으로 평가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추미애가 기획하고 그 '애완견'들이 온갖 불법적·탈법적 기만책으로 실행에 옮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재가했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마음대로 하겠다는 소리다.
그 이유는 아마도 죄를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드러난 것만 해도 그렇다. 정권이 와해 지경에 몰릴 수 있는 대형 권력형 비리이다. 윤 총장 징계 재가는 이를 파헤치는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막아 정권을 보전하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피력한 대로 퇴임 후 국민에게서 잊히기 위함일 것이다.
온갖 협잡으로 공수처법도 통과시켰으니 그 '소망'은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섰다. 공수처는 어떤 사건이든 검찰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다. 국민은 문 정권이 어떤 비리를 저지르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해찬이 말한 '20년 집권'은 꿈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순한 기획의 든든한 '빽'이 대깨문이다. 문재인의 말, 문재인의 정책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의 형상(形相)을 한 목석(木石)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대깨문'이란 사람들은 '양심으로부터 도피'를 택한 것인가? 마오쩌둥(毛澤東) 독재를 받쳐준 홍위병(紅衛兵)이 이랬다.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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