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아시타비 정권’이 초래한 후안무치, 첩첩산중 나라 꼴

교수신문이 전국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아시타비(我是他非)가 1위로 꼽혔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아시타비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일컫는 '내로남불'을 한문으로 옮긴 사자성어다. 아시타비에 이어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을 뜻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격화소양(隔靴搔癢), 답답한 현실을 지칭하는 첩첩산중(疊疊山中)이 뒤를 이었다.

아시타비 등 부정적인 사자성어들이 대거 선정된 것은 이 나라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에 공감하면서 서글픔과 참담함을 느끼는 국민이 대다수일 것이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코로나19 대재앙 속에서 국민에게 희망·용기를 주기는커녕 실망·좌절을 안겨준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 나라를 내로남불, 아시타비로 몰고 간 근본 책임은 국정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정권에 있다. 조국 사태에서 시작한 내로남불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로 정점을 찍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대신 내 편, 네 편을 따져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정권의 행태가 끝 간 데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결과 옳고 그름의 기준이 실종됐고, 국민은 사분오열됐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전·전전 정권 탓, 야당 탓, 언론 탓을 하는 것도 아시타비에서 기인한 것이다. 백신 확보 실패에 총리가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못 했다"고 시인했는데도 민주당은 보수 언론의 K방역 흠집 내기라고 공격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권에 시급한 것은 옳은 지적을 하는 상대방의 쓴소리를 받아들여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내가 틀릴 수 있고, 상대방이 옳을 수 있다'는 아비타시(我非他是) 인식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서 반성과 성찰, 그리고 개선·발전이 나올 수 있다. 이 시점에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코로나와 함께 옳은 것을 그른 것으로 만들고, 그른 것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아시타비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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