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정치 이벤트였던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은 여권의 압도적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갖가지 분석이 나왔지만 빠지지 않는 한 가지는 설 연휴 이후 들불처럼 번지며 모든 정치 이슈들을 뒤덮었던 코로나19였다.
그리고 또다시 코로나19가 내년 재보궐 선거는 물론 2022년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최고의 변수로 떠올랐다. 백신 수급이 여론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물론 여야 예비 주자들의 방역 관련 해법 제시와 적중 여부가 그들의 정치적 위상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백신 선거!
백신 확보가 늦잡치면서 야당은 정부의 무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책임으로 공세를,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 '백신 정치'에 진입했다.
이 상황을 가장 도드라지게 활용하는 인물은 지난 20일 돌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그간 차기 대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그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을 "의사로서 정부 백신 구매에 분노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 3~4월 코로나19 1차 유행 때 대구에서 방호복을 입고 봉사 활동을 펼친 '의사 안철수'야말로 '코로나를 잡을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대표와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접전을 벌이는 나경원 전 의원도 백신 정치에 입을 보탰다.
그는 17일 SNS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만큼이나 우려되는 것이 백신 포비아에 따른 혼란"이라며 "안전성과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서둘러 도입해 접종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국민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신 확보가 미진한 점을 과도하게 공격했다가 안정성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음을 유의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아예 '서울시민 코로나 백신 무상 접종'을 내세웠다. 우 의원은 범여권 주자 중에서도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뒷자리에 있는 만큼 가만히 있기보다 무엇이라도 내놓아야 했을 것"이라며 "지난 '마스크 대란'을 거울삼아 '마스크 벗을 수 있는 서울'을 대안으로 치고 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신 셈법에 민감한 대선 주자들
대선 주자들의 백신 정치 셈법도 간단치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는 내년 4월이면 총선이 치러진 지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이때까지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정부여당이 치료제와 백신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심판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정치권에서는 가장 큰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이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꼽는다.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 대표는 13일 있었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승부수라도 던지듯 "내년 1월 하순 이전 코로나19 치료제와 3월 이전 백신 접종 등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이 대표는 책임론에 직면, 대선 레이스에 낙오할 우려가 있는 만큼 '백신 내년 1분기 도입'은 그에게 있어 정치적 명운이 달렸다는 평까지 나온다.

반면 올 초 '신천지 사태'를 적극 활용하며 일약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엔 현 정부와 거리두기를 하며 적극적으로 백신 국면을 활용하고 있다. K-방역 성패와 관계없이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는 차기 대선 주자 이미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최근 서울과 인천 자치단체장을 설득해 '수도권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 방역 공조에 역할을 했다. 부족한 치료 병상 확보를 위해 지난 13일 민간시설에 대한 첫 긴급동원 조치에 착수하는 속도전도 벌였다.
여권 잠룡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연일 총리 직위로 방역 최일선에서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 따라 연일 롤러코스터 정국을 오가고 있다. 백신 구매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정 총리의 대선 레이스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야권의 대선 주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과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백신 및 방역과 관련, 정부와 문 대통령을 지적하는 행렬에 합류하고 있지만,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보수야권 대선 주자들이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반사이익을 노리는 데만 치중한다면 큰 오산이다. 확실한 대안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새 인물이 필요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