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입은 재앙의 문

대현 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요즘 코로나 때문에 모든 스케줄이 정지된 상태이고 조용히 책을 보던 중 너무 마음이 침체해져 있는 것 같아서 생각이 비슷한 동년배에게 중요한 일을 의논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는 동시에 이제껏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부터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이야기 등 한 시간을 듣고 나니 은근히 싫증이 나는 것이다. 중요한 말은 하지도 못한 채 말하는 도중에 나도 한번 끼어들려고 보면 어느새 대화의 내용을 빼앗기곤 했다. 한 시간을 완패당한 후 전화를 끊고 나니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언어는 남에게 자기의 의사를 전달할 때 쓰여지는 표현이다. 너무 가벼워도 너무 무거워도 안 되며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늘어놓아도 일방적인 대화이며 더구나 남을 헐뜯는 소리는 더욱더 안 된다. 표현을 잘하면 위로를 받아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잘못하면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중요한 행위이다. 너무 많이 해도 쓸 말이 적어지고 그에 반해 전혀 하지 않으면 상대와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낀다.

하늘이 사람에게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준 것은 사람이 많이 보고 많이 듣되 적게 말하라는 것이다.

손자는 "사람에게 이로운 말을 해주는 것은 그 귀함이 황금과 같고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나쁘기가 마치 예리한 칼날과 같다"고 했다. 신라의 야운 스님은 "입은 재앙의 문이라고 하시며 자주 나는 새는 그물에 걸릴 위험이 많고 자주 다니는 짐승은 화살의 재앙을 면치 못하듯이 말을 많이 하는 것은 화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어느 날 산신령님께 세 사람이 찾아와서 복이 되는 일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산신령님께서는 "구슬 세 개를 한 개씩 나누어 입에다 넣어 주면서 3년이 지나면 복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라고 했다. 각각 세 사람은 입에 넣고 갔는데 한 사람은 입에다 넣고 말을 하니 말이 안 되고 불편하기 그지없어서 꺼내서 버리고, 다른 한 사람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으며, 한 사람은 시키는 대로 입에 넣으니 불편해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참으며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3년 뒤 결과는 구슬을 버린 사람은 평상시 하던 대로 말을 했더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루머에 휩싸여 마음이 산란해져 있었고, 두 번째 사람은 구슬을 주머니에 간직은 했지만 새까맣게 변해 있었으며, 입에 넣고 있던 사람은 구슬이 금이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지혜롭고 좋은 말보다는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서 남을 해치기도 하고 힘들게 했던 말이 더 많았다는 증거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고 한다. 말은 조절해서 할수록 어리석음이 바뀌어 지혜를 이루며, 모든 법의 실상은 말을 떠났으며 진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말하기 전에 이 내용을 말해도 괜찮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대화를 한다면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은 오해가 풀릴 것이다. 수행이 깊어도 함부로 말을 한다면 공부는 실패하는 법이다. 불교에서도 입으로 짓는 죄를 4가지로 나누어 조심하도록 하고 있다. 첫째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짓말은 자신의 진실을 잊어버리며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 둘째는 남을 속이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을 속인다는 것은 언젠가는 자신도 속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양쪽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로에게 위로를 한다는 것이 자칫 이간질을 해서 화합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넷째는 욕을 해서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욕은 습관에서 비롯되며 습관은 업이 되고 업이 윤회를 만든다. 이 네 가지 구업(口業)은 십악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생에도 지옥, 아귀, 축생에 빠진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경을 읽을 때도 제일 먼저 구업을 깨끗이 하는 진언을 하고 독송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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