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 되면 저녁 한 끼 같이하자"며 이희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과 공동모금회 담당자를 부른 사람은 연말마다 모금회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라 불리는 노년의 부부였다. 키다리 아저씨는 공동모금회 인근 한 식당에서 5천여만원의 수표와 메모를 넣은 봉투를 공동모금회에 건넸다.
키다리 아저씨라 불리는 익명의 거액 기부자가 올해도 빠짐없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거액을 기부했다. 올해로 10년을 채우면서 '마지막 익명 기부'를 선언한 키다리 아저씨의 기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어져 많은 사람들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이 사무처장을 비롯한 공동모금회 담당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나눔에 대한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북에서 출생한 키다리 아저씨는 1960년대 학업을 위해 대구로 왔지만 부친을 여의며 일찍 가장이 됐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찍 직장 생활을 해야만 했다. 결혼 후 3평(약 10㎡)도 안 되는 단칸방에서 가정을 꾸리기 시작한 키다리 아저씨 부부는 늘 근검절약하며 수익의 3분의 1을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는 삶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후 작은 회사를 경영할 정도로 삶이 나아진 키다리 아저씨 부부는 2012년 1월 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한 것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매년 1억원 안팎의 거액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왔다. 키다리 아저씨가 2012년부터 10회에 걸쳐 기탁한 성금은 10억3천500여만원에 달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져도 기부할 금액은 떼어 놓았을 정도로 나눔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나눔은 그의 부인도 "신문에 키다리 아저씨가 남긴 필체를 보고 남편임을 짐작해 물어서 알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남몰래 이어져 왔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금은 자녀들도 자신의 아버지가 키다리 아저씨임을 다 알고 있으며, 자녀와 손주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등 나눔의 DNA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훈훈한 기부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키다리 아저씨가 준 기부금 봉투 속 메모에 "스스로와의 약속인 10년의 기부를 마지막으로 익명 기부를 마무리한다"는 말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키다리 아저씨들이 나눔에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키다리 아저씨가 탄생되어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희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오랜 시간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주신 키다리 아저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기부자님의 뜻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늦지 않게 잘 전달하여 시민 모두가 행복한 대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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