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댕~.'
대구의 달구벌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울린 종소리가 있다. 먼저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동화사의 종소리이다. 불교는 신라에 전파된 뒤 고려의 전성기를 거쳐 조선 왕조의 핍박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동화사 종소리는 팔공산 골을 타고 고개를 넘어 대구 도심 반월당 아미산 포교당을 통해 널리 퍼졌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동화사 종소리, 특히 해가 질 무렵 동화사 종소리(桐寺暮鍾)는 1949년 대구를 나타내는 8경(景)의 하나가 되기에 이르렀다. 대구에서 한시를 즐긴 사람 182명이 1950년 전쟁 속에서 원고를 모아 이듬해 책으로 남긴 1천456수(首)의 한시에는 대구 8경으로 동화사 저녁 종소리가 빠지지 않았다.
당시 대구 사람들은 동화사 종소리를 들으며 '한 번 종소리 울려 퍼지면 모든 근심 소멸되네'라고 읊거나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길 기원했다. 또한 시를 통해 동화사 종소리로 심신을 새롭게 하거나, 세속의 티끌을 씻고, 날마다 생각을 바르게 하며, 어둠에서 깨어나 세상을 밝히기를 빌었고, 그런 세상을 바랐다.
동화사 종소리와 함께, 불교처럼 유입된 서교(西敎)를 통한 성당과 교회의 종소리도 달구벌을 적셨다. 특히 도심의 계산성당 종소리는 지금도 울린다. 오전 6시와 낮 12시, 오후 6시에 울리는데 때마다 42차례 타종(打鐘)한다. 성당 종탑 사람이 하루 126번의 종을 치는 셈이다. 그러나 종은 언제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리를 내며 퍼진다.
처음에는 '댕~' '댕~' '댕~' 한 번씩 울린다. 이어 세 차례의 타종이 되풀이 반복된다. 그리고 중단 없이 33번의 타종이 계속된다. 이런 한 번씩 3차례 종소리와 세 번씩 2차례 종소리, 33연속 종소리는 오랜 세월 이어온 만큼 도심 성당을 떠올릴 만하다. 이런 타종의 '3'은 성부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예수의 3일 만의 부활과 33년의 삶을 뜻한다는 말도 있다.
동화사 종소리는 물론, 계산성당 종소리는 어느 하루 멈추지 않고 울렸겠지만 듣는 이의 마음은 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오늘, 25일 성탄절에도 두 곳의 종소리는 어김없이 널리 울려 퍼지리라. 비록 종소리 듣는 이의 믿음과 마음은 다를지라도 코로나 괴질로 힘들었던 올해, 부디 지친 삶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식을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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