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달이 떴습니다.
쟁반같이 둥근, 동산위에 뜨던 그 달이
언제부턴가 아파트 숲 능선 위로 떠 올랐습니다.
들판에도 산위에도 쑥쑥 잘도 커 올랐습니다.
이렇게 많은데도 내 집은 어딨냐고
저렇게 많은데도 폭등은 또 뭐냐고
집 없는 청춘들이 혀를 찬 한해였습니다.
"집으로 돈 벌 생각 하지마라"
갭투자도 안 된다며 대출을 틀어막고
다주택은 내 놔라며 종부세를 떠안겨도
'시장'은 요리조리 '두더지 게임'을 즐겼습니다.
세입자를 돌보자는 임대차 3법은
되레 집 없는 설움만 더 키웠습니다.
당근에, 핀셋 규제에, 그물망 대책까지
어르고 달래며 으름장 놓기도 스물네 번.
집은 '사는 곳이'라 했지만 세상에 없었던
돈 풍년과 저금리에, 집테크 만한 게 어딨냐며
'영끌'에 '패닉바잉(공황구매)'이 난무했습니다.
마당 좋은 단독도, 값싼 빌라도 일찌감치 눈밖.
층간소음·일조권은 캐묻지도 않습니다.
주차·방범·헬스·커뮤니티·산책 공원은 기본,
똑똑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의 스마트홈까지
톱스타가 광고하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열 채 중 여섯 채가 아파트인
지구촌에 보기 드문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더 오른다 VS 다 올랐다. 폭등한다 VS 폭락한다.
순간의 선택이 벼락부자, 벼락거지로 갈랐습니다.
흥정은 붙이라고, 복덕방은 죄가 없습니다.
통계청(2019년 11월 기준)은 총 인구 감소에도
총 가구수는 당분간 늘 것이라 했습니다.
대구는 2033년, 서울은 2028년. 전국 가구수는
2040년는 돼야 점차 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청년·비혼·노인 등 급증하는 1인가구(30.2%)가
그쯤은 되야 정점을 찍을 거라 했습니다.
시골 땅은 농부의 생명. 도시 아파트는
유리지갑 월급쟁이의 평생 버킷리스트.
내집에서 맘 편히 살아보자는 그 희망의 사다리가
또 눈앞에서 훅 사라진 한 해 였습니다.
아파트 쟁탈전. 새해엔 좀 나아질까요?
대구·경북 8만여 채, 전국 151만 여 채.
이중 아파트만 83만여 채. 빈집이 이렇게 많습니다.
급한데로, 고치고 리모델링 해 톡톡히 재미를 본
일본의 '빈집 뱅크'도 좀 배워 볼 일입니다.
보름달이 밝은 2020년 끝자락입니다.
달도 차면 기웁니다. 그뭄으로 비워갈 보름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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