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치료센터 살인적 근무…"도시락 먹을 시간도 없어요"

경북생활치료센터 직원들 코로나19 확진자 돌보랴, 잡무 처리하랴…
"업무량 너무 많아" 하소연 …공보의·간호사 밤잠 설치고
군인들은 택배 처리·청소 시달려…환자들 막말에 스트레스도

경북 생활치료센터에서 파견 근무 중인 해병대 소속 장병들이 환자들에게 온 택배를 옮기 했다. 이상원 기자 seagull@imaeil.com
경북 생활치료센터에서 파견 근무 중인 해병대 소속 장병들이 환자들에게 온 택배를 옮기 했다. 이상원 기자 seagull@imaeil.com

최근 안동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한 한 공보의가 담당 보건진료소장에게 생활치료센터에서의 근무 환경에 대한 고충을 문자메세지로 전한 글이다. 윤영민 기자
최근 안동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한 한 공보의가 담당 보건진료소장에게 생활치료센터에서의 근무 환경에 대한 고충을 문자메세지로 전한 글이다. 윤영민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확진자 수용치료시설인 경북 생활치료센터 직원들의 고충도 가중되고 있다. 한정된 인력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환자들을 일일이 보살피고 잡무까지 도맡으면서 살인적인 근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경북 생활치료센터는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108병상), 경주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280병상) 2곳이 가동 중이며 현재(28일 기준) 90명, 320명이 각각 입원한 상태다.

안동 센터에서는 공보의와 간호사 등 9명이 수시로 입·퇴원하는 환자 100여 명을 돌본다. 경주 센터는 특히 미성년자 확진자들과 함께 입원한 보호자들이 많아 병상 수보다 입원한 환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거의 밤을 새고, 간호사들도 2교대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경북 생활치료센터에서 배출된 의료폐기물을 해당 업체 관계자들이 수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 생활치료센터에서 배출된 의료폐기물을 해당 업체 관계자들이 수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인근 부대에서 파견된 군인 8명의 업무량도 상당하다. 병동 내 폐기물 수거와 청소를 맡을 업체가 없어 군인들이 도맡아 한다. 평균 10일마다 바뀌는 환자들의 병실 청소도 군인들의 몫이다. 한 파견 군인은 "병실 내 침구와 집기는 의료 폐기물로 분류돼 폐기하고 소독 후 새로 준비해야 한다.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안동 센터보다 수용 인원이 2배 이상 많은 경주 센터는 택배와의 전쟁 중이다. 하루에 도착하는 택배물량만 150여 개. 환자 한 명이 하루 5, 6개씩 시키기도 한다.

택배 업무를 담당하는 군인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위험물품 반입을 막기 위해 택배를 일일이 분류하고 부피가 큰 박스 등은 사전에 분리 배출한다. 불필요한 택배를 너무 많이 주문하지 말아달라고 방송을 거듭하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

경주 센터 한 직원은 "사무실로 '택배 도착 문자가 왔는데 왜 배송해주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가 수시로 온다. 다른 업무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환자 통제도 만만치 않다. 안동 센터에 수용된 미성년자들은 병실 내 생활을 답답해하면서 복도를 돌아다니는 등 일탈 행위를 곧잘 한다. 한 간호사는 "갑갑해하는 환자는 이해하지만 통제에 따르지 않아 스트레스가 크다"며 "일부 확진자는 통제에 따라줄 것을 요구하는 직원들에게 막말과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경북 생활치료센터에서 파견 근무 중인 해병대 장병들이 환자들에게로 온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매일 이곳에 오는 택배는 150여 개로, 분류와 배송까지 하려면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경북도 제공
경북 생활치료센터에서 파견 근무 중인 해병대 장병들이 환자들에게로 온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매일 이곳에 오는 택배는 150여 개로, 분류와 배송까지 하려면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경북도 제공

경북 생활치료센터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모습. 생활치료센터는 정식 병동과 사무실이 아니기 때문에 시설과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경북도 제공
경북 생활치료센터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모습. 생활치료센터는 정식 병동과 사무실이 아니기 때문에 시설과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경북도 제공

제때 식사를 할 여유도 없다. 병동 내에 의료진이 들어가면 비상상황에 대비해 일체 다른 업무가 중단된다. 한 의료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도시락 포장을 뜯기도 전에 다시 내려놓는다. '시간이 날 것 같으니 식사하자'는 말이 금기시될 정도"라고 했다.

15일 근무기간이 끝나도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바로 코로나19 검사. 검사 후 5일간 자가격리한 뒤 재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원 근무지로 출근할 수 있다.

최근 센터 근무를 마친 한 직원은 "24시간 격리된 채 보름간 근무하기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심하다. 예전엔 7일 자가격리 후 특별휴가 5일까지 12일 휴식이 있었지만, 다른 직원들이 고생하기 때문에 지금은 자가격리 5일로 휴식기간이 줄었다. 이마저도 동료 눈치가 보여 틈틈이 집에서 일처리를 한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