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진료비는 왜 비쌀까?
동물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사람 진료비의 본인부담금에 비해서는 월등히 비싸다.
사람은 본인이 치료 받은 진료비의 평균 20%에 해당하는 본인부담금 만 지불하면 된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는 본인부담금 마저도 감면된다. 공공의 복지를 위해 소득율에 근거하여 의무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내 동물진료비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주변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물가 대비 동물 진료비는 저렴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동물진료비를 비싸다고 인식하는 배경에는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동물진료비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급여의 6.86%(2021년)를 국민건강보험료로 매달 의무적으로 납부한다는 사실은 잊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월 평균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12만원 정도이다.
◆반려동물진료비에는 10% 부가가치세가 추가?
사람진료는 면세이다. 가축진료도 면세이다. 그런데 반려동물진료비는 국가가 10%의 부가가치세를 반려인에게 추가 청구한다. 반려동물을 치료하고 살리는 과정을 공익적인 의료 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의 취향에 따른 소비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세금이 반려동물이나 반려인을 위해 활용되지도 않는다. 반려동물의 생명권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진료비에 청구되는 부가가치세만 폐지하더라도 동물진료비는 10% 절감된다.
◆반려동물의료보험도 국가가 운용하면 안될까?
펫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도 동물의료보험을 의무화시켜 국가가 운용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개인적으로는 동물등록과 반려동물의료보험을 의무화시켜 국가가 운용해주기길 희망한다. 최선의 치료를 다 보장하기는 어렵더라도 기본적인 진료에 한해서라도 경제적 부담없이 반려동물들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료복지의 초석이 될 것이다.
국내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0% 정도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 통계 중에는 동물을 돌보기만 하지 동물병원을 내원하지 않는 가구도 많다. 대도시를 벗어나 소도시 ,읍, 면 단위로 갈수록 이러한 비율은 높다.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돌볼 뿐이지 책임감이 결여된 동물 소유자로 인해 유기동물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하루 속히 개선시키기 위해서라도 동물등록 의무화는 전국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동물등록과 동시에 반려동물의료보험에 가입한 경우에 한하여 동물 소유자의 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보험은 가입자는 많을 수록 보험료 부담은 줄고 혜택은 많아진다. 예방주사, 중성화수술, 건강검진 등의 질병 예방과 사고로 인한 치료 등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반려동물의료보험을 국가가 운용해준다면 반려인들의 보험료 납부 부담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의료보험을 국가가 운용한다면 반려동물을 돌보는 저소득층과 사회적 배려 계층들에 대한 배려들도 가능하다.
동물의료복지와 반려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감안하여 국가가 적극적으로 수렴해주길 소망한다.
◆반려동물의료보험 가입율이 0.3%?
반려동물의료보험은 현재도 다수의 보험사들이 운용하고 있다. 반려동물의료보험은 법리적으로 동물을 생명이 아닌 가입자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손해보험사가 운용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과 유사하다. 동물의 연령과 품종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되며 동물진료비의 일부를 가입자가 본인부담금으로 지불한다.
동물진료비가 부담스럽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료보험 가입율은 0.3% 에 불과하다. 동물의료보험료는 월 평균 3~4만원 정도이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직장인 평균 월 보험료 납부액은 12만원 정도였다.
개와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 매달 3~4만원의 돈을 지출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현실이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지만 동물의 건강을 대비하는 실천은 여전히 소홀하다.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예방주사, 중성화수술, 건강검진 등의 질병 예방관리와 사고로 인한 치료 등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반려동물의료보험을 국가가 운용해주길 소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려인이 더 나은 양질의 보험 보장을 기대한다면 보험사들이 운용하는 반려동물의료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2021년 2월. 의무화되는 맹견책임배상보험이란?
이제 맹견을 키우는 반려인은 반드시 맹견책임배상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맹견책임배상보험이란 개의 치료와 복지를 위한 의료보험이 아니라 맹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의의 인명사고와 대물사고를 염두에 배상보험이다. 현재 지정된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 외에도 향 후에는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한 경력이 있는 개들도 맹견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동물진료비는 왜 천차만별일까?
우리 동물병원도 중성화수술은 30~80만원, 슬개골탈구수술은 150~300만원, 디스크수술은 200~400만원 진료비가 달리 청구된다. 입원 치료도 하루 10~ 40만원 차이가 크다. 동일한 진료 과목임에도 동물진료비는 왜 천차만별일까? 최상의 치료, 차선의 치료, 최소한의 치료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사람진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규정한 진료항목들을 기준으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치료가 우선 선택된다. 동물진료는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고려하여 진료를 선택하도록 정부가 독려한다.
예를 들어 수술을 가정하자. 수술 전 마취안전 여부 검사에는 혈액검사, X-ray, 초음파검사 등이 필요하다.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명 못하는 영유아와 고령환자들을 수술에 앞서 검사해야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신장질환, 종양질환, 간부전, 신부전, 혈액응고장애, 전염성질환 등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여 수술 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수술실과 입원실을 오염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최상의 진료를 요구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그래서 CT/MRI, 첨단 심장초음파 장비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24시간 입원동물 집중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들이 참여한다. 당연히 최상의 동물 진료비는 비싸지만 보호자는 그 부담을 감내한다.
차선의 치료는 보호자가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혈액검사, CT/MRI 검사, 고가 약물, 수혈 치료가 제한된 상황에서 중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소한의 치료를 요구하는 보호자들도 많다. 수술이 필요하지만 약물처방 만을 요구하기도 하며, 검사 없이 수의사의 경험으로 처방해주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당연히 치료 효율이 떨어지고 위험 요인들도 증가하지만 보호자가 진료를 요청하면 거부할 수가 없다.
동물병원의 규모와 의료시설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이유도 지역 반려인들의 보편적인 동물치료 의지와 진료비 지출의 한계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반려동물의료보험이 국가가 주관하여 운용해주길 바라는 이유는 반려인들이 진료비 부담없이 동물을 위해 최소한의 치료 이상을 선택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동물 진료비를 아끼기 위한 방법은?
동물진료비를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질병예방 관리다.
매일 양치 습관을 가져야 하며, 한달 간격으로 심장사상충 예방, 1년 마다 추가 예방접종을 지켜 주어야 한다.
중성화수술은 수컷은 생후 5개월 전후, 암컷은 생후 7개월 전후에 시켜주어야 한다. 개와 고양이의 생식기 질병과 유선 종양은 자연계에 서식하는 개와 고양이의 주된 사망 원인이다. 반려동물이 제수명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6살 정도가 되면 매년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사람의 40대 이후에 해당되는 시기이며, 개의 1년은 사람의 7년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식습관으로 인한 대사질환과 내분비질환이 본격화되는 시기이다. 심장질환과 신장질환이 본격적으로 나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치아 ,눈, 관절, 심장, 종양, 대사질환, 내분비질환에 대한 검진을 통해 질병의 악화를 예방하여야 한다.
특히 치아 건강은 보호자가 매일 확인해 주어야 한다. 어금니 주변에 치태가 형성되지 않도록 닦아주어야 한다. 만약 닦이지 않는 치석이 어금니에 형성되어 있다면 동물병원에서 마취 상태에서 스케일링을 받으셔야 한다. 누런 치석이 두텁게 형성되었다면 이미 치주염과 잇몸병은 심각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치주질환은 통증과 악취도 문제지만 심장질환을 악화시키는 주 원인이 되기도 하다. 가족들의 위생을 위해서도 반려동물의 치과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예방 관리와 건강검진은 질병의 진행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목적을 가진다. 동물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비만은 돈덩이다?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개와 고양이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과영양증과 비만이다.
가족들이 먹는 음식을 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육포/개껌/간식들을 너무 자주 준다.
과영양증과 비만은 심장질환을 악화시키고 신부전, 방광결석, 췌장염, 담낭질환, 관절염, 당뇨병 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다. 최근에는 종양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과체중과 비만한 동물의 노후는 처량하다. 종양과 심장질환, 내분비대사 질환으로 무기력하고 근육은 위축되고 모든 장기 기능들은 급속히 노쇠 해진다. 보호자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이 좋을 수가 없다. 평생 약을 먹고 동물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돈덩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개와 고양이 어느 경우든 허리가 가슴보다 가늘어야 건강하다. 허리와 배부분이 가슴에 비해 두텁다면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 할 수 있다. 사료외의 육포/개껌/간식들은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사료 급여량도 10% 씩 줄여 나가셔야 한다. 다만 물은 충분히 제공하여 소변이 맑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식비를 아끼면 동물진료비가 줄어드는 셈이다.
◆동물이 기운이 없다고 느낄 때는 이미 늦다?
반려동물이 먹지않고 기운이 없다며 내원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이미 질병은 심각해져 있었다.
특히 6세 이상 노령동물들은 만성적인 신부전, 심장질환, 치주질환, 내분비질환을 가지고 있다. 보호자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이 돌보는 반려동물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반려인들이 많다. 반려동물의 평상 시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동물들은 저마다 몸이 불편할 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구석진 곳으로 숨어들거나, 혼자 자거나, 손길을 거부하거나, 혀를 날름 걸리거나, 몸을 핥기도 한다. 고양이의 경우 윙크 하거나, 재체기 하고, 옹알되기도 하며, 화장실을 기피하기도 한다. 건강할 때 반려동물의 일상 패턴을 기억하고 있으면 이러한 이상 행동들을 쉽게 눈치 챌수 있으며 배려와 더 신중한 관찰이 가능하다. 식욕이 없거나, 구토, 설사, 침흘림, 몸을 만지는걸 싫어하거나, 웅크린 채 몸을 떨거나, 무기력 하다면 이미 건강은 보호자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나빠져 있음을 예상하여야 한다.
반려동물을 이해하고 관찰하는 습관이 동물진료비를 절감하는 또 하나의 비법이라 할 수 있다.
박순석
수의학박사
서울특별시 동물복지위원
SBS TV 동물농장 수의자문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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