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가 용(龍)이 됐다"
일명 '병(兵)' 출신(9급 임용) 공무원이 행정고시출신(5급 임용)도 어려운 1급(지방 관리관) 공무원 자리에 올랐다. 주인공은 이달 31일을 끝으로 39년 6개월 공무원 여정에 마침표(명예퇴직)를 찍는 이묵(59) 경북도 재난안전실장이다.
"공무원이 제 숙명이 아니었나 싶어요."
1981년 까까머리 20살이 공무원으로 사회 첫 발을 땐 배경에는 가족 영향이 컸다.
이 실장은 "6남매 중 막내였는데, 누나 한명 빼고 모두 공무원이었다"며 "누나, 형님들처럼 사명감 강한 공무원이 되겠노라고 늘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가족들의 뼛속 깊이 새겨 있는 '공직 DNA'는 이후 에도 빛(?)을 발했다. 한 명을 제외한 형제·자매 모두가 공무원과 결혼해 한 대에 무려 10명이 공직에 투신한 공무원 대가족이 탄생한 것.
"지금은 청도군 공무원이셨던 큰 형님이 돌아가시고 형님 누나들이 모두 공직에서 퇴직을 했지만 예전 명절 때면 공직 담화가 만개하곤 했습니다."
그는 새털처럼 많은 공직 기간 동안 민생경제교통과장, 비서실장, 대변인, 구미부시장, 재난안전실장 등 경북도정의 주요 현안업무를 담당하며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를 동료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공무원으로 기억한다.
"직원들이 새로 생기는 일, 민원 많은 일 등 궂은 일만 한다고 걱정을 해 주곤 했어요. 하지만 어려운 일 일수록 보람 또한 컸습니다."
도민을 위한 외길은 다수의 족적을 남겼다.
녹조근정훈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 모범공무원표창 등 여러 표창장을 수상했다. 굵직한 행정적 성과도 일궜다.
지방자치시대가 본격화되던 1997년, 전국 최초로 지방사무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지방분권 토대를 마련했다. 경주 방폐장·양성자 가속기 유치 때는 1인 다역을 소화하며 가속기 유치를 이끌었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라 거의 갈수 없지만 예전에는 밑바닥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찜질방에서 곧잘 숙식을 하곤 했습니다."
2020년 재난안전실장으로 재직하면서부터는 코로나19 확산과 차단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월화수목금금금'을 실천하고 있다.
"원래 별명이 이무기인데 어느 순간 개구리가 됐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 하루 수면 시간이 모자라 항상 눈이 부어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정든 도청을 떠나기 직전, 후배들을 위한 짧은 조언도 잊지 않았다.
"좌고우면 말고 일하라." 공무원 소임에서 모든 일은 사소한 게 없다는 신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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