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A(37·포항시 북구) 씨는 친구와 함께 커피숍을 하며 하루 6시간 정도 밖에서 보낸다. 매일 6살 난 딸을 시댁에 맡기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늘 무겁다.
어린이집 긴급 돌봄서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코로나19 걱정에다가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아 시어머니와 상의 후 집에서 돌보기로 했다. 그런 A씨는 요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커피숍을 찾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다.
A씨는 "전업 주부인데도 '아이가 심심해한다, 밥을 잘 안먹는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긴급 보육은 말 그대로 긴급한 사람을 위한 것인데, 이런 시국에 아이들을 밖으로 돌리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만에 하나 해당 어린이집에 일이 터지면 온갖 원망을 다 할 것 아니냐"고 했다.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한 '어린이집 긴급돌봄서비스'가 무분별하게 이용되면서 어린이집의 코로나19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감염취약 시설 방역관리 집중 강화'를 위해 지역 379개 전체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렸다. 긴급 돌봄교육만 허용했는데, 대상은 맞벌이 가정, 한부모가정, 부모 질병 등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가정이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집은 부모가 원하면 아이 등원을 허용하고 있다. 수익이 더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관리' 차원에서 부모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이유다.
포항시 북구 한 어린이집 원장은 "등원 아이가 없어도 최대 60일 간 보육비 지원을 받는다. 긴급 돌봄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대상자가 아닌 가정도 아이를 보내도 되느냐는 문의를 많이 하는데, 행여 나중에 기분이 상해 퇴소한다고 억지를 부릴까봐 그냥 보내도 된다고 말한다"고 귀뜸했다.
현행 법상 긴급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부모 모두의 재직증명서나 진료확인서 등을 어린이집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이들 서류 관리를 어린이집에 맡겨둔 채 사실상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방역업무가 너무 많아 이런 단속까지 하기는 어렵다. 어린이집에 자발적 협조를 당부하고 있으며 보다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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