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를 맞아 힘찬 싸움소의 기운을 온 세상에 퍼지길 바랍니다."
신축년(辛丑年)을 이틀 앞둔 지난 30일 청도 한 우사(牛舍)에서 만난 변수달(40) 조교사는 "전통 민속 문화인 소싸움이 온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라며 "소싸움 구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으면 좋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변 조교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싸움소 고삐를 잡고 살아왔다. 그의 집안은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3대가 85년간 싸움소를 키웠다. 그는 "할아버지께서는 청도지역 우시장에서 으뜸가는 분이셨다"라며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버지도 싸움소를 키워오셨고, 가업을 이어받아 소와 동고동락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느낀 경험이 소와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변 조교사의 남다른 동물 사랑은 소 사육을 반대하던 아버지 변승영(70) 씨도 막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힘든 일을 물려주기 싫다며 반대했었다"라며 "어릴 때부터 소, 말, 닭, 토끼, 돼지 등 각종 동물을 집에서 키웠는데 그때 길러진 동물에 대한 생각을 아버지에게 전하며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변 조교사는 매일 아침 6시면 소 여물부터 챙긴다. 자신보다 항상 소가 우선이다. 그는 "싸움소는 신체와 정신 관리가 복합적으로 꾸준하게 진행돼야 최고의 컨디션이 유지된다"라며 "체계적인 관리만이 최고의 싸움소를 길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t에 달하는 싸움소에게 체중 관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변 조교사는 "예전에는 잘만 먹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싸움소는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라며 "하루에 물과 사료, 건초, 벼잎 등 70kg을 먹고 하루에 10kg정도의 대소변을 배출하는 소의 무게를 하루에 5kg 이상 차이 나지 않게 조절하며 훈련을 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kg 몸무게의 권투선수가 3kg만 무거워져도 무게 차이를 느낀다고 한다"면서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몸무게를 0.5kg도 차이 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싸움소를 낳을 암소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그는 "암소의 건강과 청결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최고의 싸움소를 낳을 수 있도록 소가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성스럽게 관리해 온 싸움소가 경기에 지거나 크게 다치면 자신이 다친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특히 싸움소는 대부분 비슷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상처가 난 곳에 또 다치기 쉬워 치료가 중요하다. 변 조교사는 "싸움소가 지면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관리에 힘을 쓴다"라며 "특히 크게 다치면 소 치료를 위해 모든 일에서 손을 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의 정성 어린 관리로 소싸움 경기 중 가장 치열한 경량급인 병급에서 키우던 소 '기대'가 "2014년 진주전통소싸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변 조교사는 "집안 대대로 우승 소가 없어 마음이 안타까웠지만, 당시 우승을 하고 뿌듯하면서 한편으로는 후련했다"고 설명했다.
변 조교사는 우리 사회에 친숙하고도 가까웠던 가축이었지만, 이제는 가까이에서 보기 힘든 '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예전처럼 할아버지 집에 가면 언제나 소를 볼 수 있는 시대는 지났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소싸움경기장에 오면 언제든 소를 만날 수 있다"라며 "가끔 견학을 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면 소도 조교사도 행복해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싸움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소를 가까이서 보고 사진을 찍는 등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전통 민속 문화가 오해받지 않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묵묵히 일하는 소처럼 새해에도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 조교사는 "소를 잘 기르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해 살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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