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권의 충견이냐 아니냐는 김진욱 내정자 자신에 달렸다

공수처가 현 정권의 비리를 덮는 '친문 사수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진욱 공수처장 내정자가 선을 그었다. 김 내정자는 31일 청문회 준비를 위한 첫 출근길에 "헌법에 따르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공수처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이어 "(공수처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은 헌법상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공수처의 존재 자체가 이런 당위(當爲)를 위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문재인 정권이 검찰에 대해서는 수사권 박탈까지 추진하면서 공수처에는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까지 부여했다. 게다가 그 어떤 사건이든 검찰과 경찰에게서 넘겨받을 수 있는 데다 여당의 계획대로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견제할 기관도 없어진다.

공수처가 이런 권력의 행사를 자제할까? 가진 권한은 최대한 행사하고 싶은 것이 권력의 속성임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당면한 가장 큰 걱정은 공수처가 이런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정권 비리를 덮고 윤석열 검찰총장 등 문 정권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을 표적 수사하거나 약점을 잡아 문 정권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태를 방치하면 김 내정자는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지명한 이유가 위의 지시에 순응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거나, 공수처의 실질적 권한은 공수처 차장이 휘두를 것이란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법조인으로서 치욕이 아닐 수 없다. 법을 공부한 이유가 정권의 충견이 되거나 '인형'이 되기 위함은 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고 안 되고는 김 내정자 자신의 몫이다. 공수처가 문 정권이 의도하는 '정권 사수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김 내정자의 명예는 물론 법치와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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