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인 강의 평가를 쓴 학생을 고소하겠다고 나섰던 인하대 교수와 학과장이 거듭된 사과문을 올렸지만 교수와 학과장의 사과문 온도 차 탓에 사건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 30분쯤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장은 장문의 재사과문을 올렸다. 학과장은 "부족한 사과문으로 발생한 잘못을 해결하고 학생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고자 재사과문 작성을 결정했다"며 "기존 글에서 '소통의 부재'를 언급했는데 저의 무능으로 잘못된 핵심을 짚었음을 사과 드린다"고 했다.
이어 "법적 조치라는 표현으로 학생들이 두려움을 느꼈으리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너그러이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 드린다. 학생이 이런 상황에 크게 실망하고 화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 입장을 생각하고 더욱 절제된 범주 안에서 표현하고 행동하겠다"고 덧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학과장의 긴 사과문이 나온 뒤 단식 투쟁도 불사하겠다던 교내 여론은 잠잠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교수의 사과문이 공개되자 역풍이 불고 있다. 교수가 "공지 게시글과 단톡방 등에서 보여진 일련의 과정은 색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친 학생들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향후에 심사숙고해서 '대응'하겠다"고만 사과문이라고 남긴 까닭이다.
당사자인 교수의 사과문이 공개되자 총학생회가 나섰다. 전승환 총학생회장은 "단식 투쟁 철회하니 만만하다 이거지요?"라는 글을 올려 "학과장께서는 잘못을 인정하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재사과문을 작성해 줬다. 하지만 당사자인 교수의 사과문은 그야말로 수강생뿐 아니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모두에게 굴욕을 준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이 문제를 직접 들고 총장실에 방문해 직접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28일쯤으로 돌아간다. 대학교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의 인하대 강의평가란에는 박모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욕설 없이 교수의 강의 시간 엄수 여부와 강의 태도, 토론 자세 등이 담겼었다.
문제는 이 글이 같은 과 학생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자 학과 차원의 고소 협박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28일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학교 교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발견됐다"며 "삭제 후 사과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글을 공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학생들과 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들고 일어났고 과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30분쯤 '사과문'이 아닌 학과장 명의의 '공고문' 글을 올려 "회의 결과 이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소통의 부재였다"며 "소통의 부재에 대하여 사과 말씀 드린다. 학과 내부에서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더욱 주의를 기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학생들이 "제대로 된 사과문을 올리지 않으면 단식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반발하자 과는 재사과문을 올려 진화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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