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반인' 되는 추미애, 재수사 이겨낼까...핵심 쟁점은?

추미애 장관의 장녀가 운영했던 음식점이 위치했던 건물 전경

서울고검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미 복귀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본다고 알려지자 퇴임을 앞둔 추 장관의 향후 가시밭길 여정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31일 법무부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박철웅 서울고검 형사부장은 이 사건을 '수사 중'에 있다.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했던 동부지검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자 이 사건을 고발한 김 의원 쪽에선 수사 결과에 불복해 항고한 바 있었다.

"서울고검이 직접 수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서울고검은 부담스러운 듯 '수사 중'이란 표현이 통상적인 검토를 의미할 뿐이라며 한발 뺐다. "현재 이 사건은 통상의 항고 사건에 준해 여전히 기록 검토 중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도읍 의원실 쪽에선 "주요 언론과 의원실이 검찰 내부와 크로스 체크한 결과 동부지검에 재수사 지시가 내려간 게 아니었다. 서울고검에서 직접 수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 의원이 검찰 출신인 까닭에 정계에선 사실상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동부지검은 지난해 9월 28일 추미애 장관과 아들 서모(28) 씨, 추 장관의 보좌관이었던 최동민(52) 청와대 행정관 등의 군무이탈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모두 무혐의로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었다. 하지만 추 장관이 최 행정관에게 아들의 부대 관계자 번호를 넘긴 사실 등 의심쩍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자 재수사를 향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관정 동부지검장이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며 대검찰청의 수사 보완 지시도 무시했기에 정해진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는 상황이다.

당시 동부지검은 "병가 등 휴가 신청 및 사용 과정에서 위계(거짓)나 외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서 씨의 부대 미 복귀는 휴가 승인에 따른 것으로 군무이탈에 대한 범죄 의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었다. 동부지검의 결론이 나기 직전 대검찰청은 "추가 증거와 증언 등이 나왔으니 수사를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동부지검의 최종 결론이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수사의 핵심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 씨가 원칙대로 상부의 승인을 받은 뒤 휴가를 받았는지 여부와 군 관계자와 여러 차례 연락한 최동민 행정관의 행위가 외압이나 청탁으로 판단되는지 여부다.

◇ 정당한 휴가였나

미8군 한국군 지원단(이하 카투사)에서 군 복무를 했던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 씨는 2017년 6월 5일부터 6월 27일까지 총 23일 부대를 떠나 있었다. 6월 5일부터 6월 14일까지 총 10일이 1차 병가였고 6월 15일부터 6월 23일까지 총 9일이 2차 병가였다. 이어 서 씨는 6월 24일부터 6월 27일까지 4일 개인 휴가를 냈다.

미 복귀 의혹이 제기된 건 6월 25일의 일이었다. 부대 복귀 시간을 넘긴 시각까지 서 씨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자 당직사병이었던 현모 씨는 오후 9시쯤 서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 왜 복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서 씨는 "집"이라고 답했다. 현 씨는 서 씨에게 부대 복귀를 일렀지만 서 씨는 복귀하지 않았다.

대신 서 씨는 최동민 행정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최 행정관은 지역대 지원장교였던 김모 대위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최 행정관은 앞선 6월 21일 추 장관에게서 김 대위의 번호를 카카오톡으로 건네 받은 바 있었다.

최동민 행정관은 당시 김 대위에게 "휴가 승인 안 됐나요?"라며 "서 씨가 불안해 하니 전화를 좀 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다고 알려졌다. 전화를 종료한 오후 9시 46분쯤 최 행정관은 김 대위에게 서 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김 대위는 즉시 내무반까지 달려가 당직사병 현 씨에게 "미 복귀로 올리지 말고 휴가 연장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추미애 장관 쪽은 미 복귀 소동이 일어나기 4일 전 이미 서 씨가 부대 상급자인 지역대장이모 중령에게서 휴가 연장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당직사병이었던 현 씨가 이를 몰랐기에 발생한 단순 오해였다는 말이다. 서 씨는 실제 검찰 조사에서 "2017년 6월 21일 최동민 행정관을 거쳐 지역대장에게서 휴가 연장 구두 승인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은 서 씨가 지역대장 이 중령에게 휴가 사전 승인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 씨가 2차 병가 중이던 2017년 6월 21일 최동민 행정관을 거쳐 지원장교 김 대위에게서 '병가 연장이 아닌 개인 휴가를 사용하라'는 안내를 받았고 이에 따라 서 씨의 개인 휴가 신청이 이 중령에게 승인을 받았다는 결론이었다. 지원장교 김 대위 역시 앞선 조사에서 최 행정관의 문의 전화를 받고 상급자인 지역대장 이 중령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이 중령이 당시 관련 보고를 누구에게서 받았었는지 명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동부지검은 서 씨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동부지검의 발표 전날이었던 지난해 9월 27일 김 대위가 당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토대로 진술을 바꿨다는 점이다. 김 대위는 최초 진술과 달리 이 중령에게서 휴가 승인을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고 전해졌다. 김 대위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3년 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겨 확보한 자료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동부지검은 이를 수사 결과에 반영하지 않았다. 서 씨의 개인 휴가 4일을 구두 승인해 줬다고 주장하는 이 중령조차 보고자가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휴가 처리 관련 핵심 증언이 변경됐지만 동부지검은 요지부동이었다. 동부지검은 불기소결정문에조차 "설사 (휴가) 승인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서 씨의 위법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최종 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하던 동부지검 입장에서는 추 장관 쪽 무혐의에 반하는 새로운 증거가 뒤늦게 나타나는 것을 불편해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한편 지난해 11월 김 대위는 김관정 지검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10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때 "지원장교 김 대위가 네 차례 진술을 했는데 한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 "김 대위가 검찰 압수수색 전에 앱을 통해 휴대전화 기록을 지웠다"며 김 대위 진술의 신빙성이 낮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김 대위는 고발장에서 "김 지검장이 관련자에 대한 무혐의 결정 원인을 내게 전가하고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썼다.

◇ 추미애의 보좌관 전화는 압력이었을까

2017년 사건 당시 추미애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이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된 직후였고 추 장관은 대선 선거대책위원장을 할 정도로 이른바 '잘 나가던 시기'였다. 추 장관의 보좌관이었던 최동민 행정관은 2008년부터 10년째 추 장관을 보좌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팀장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추미애 장관에게서 받은 전화번호로 직접 김 대위에게 연락을 해 추 장관의 아들 서 씨의 휴가 연장 관련 문의를 했던 걸 동부지검은 부정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청탁금지법은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병가 연장 문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셈이었다. 또 동부지검은 6월 25일 이뤄진 최동민 행정관과 김 대위의 통화 역시 휴가의 사후승인이 아닌 이미 승인 받은 개인 휴가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청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서 씨의 직속상관인 지원반장 이모 상사가 서 씨의 병가 연장을 1차로 불허해 서 씨가 최동민 행정관을 거쳐 이 상사의 윗선인 김 대위를 접촉했다는 점이다. 주말 당시 카투사 지휘 체계상 결재 라인은 '서 씨-선임병장-당직사병-지원대(상사)-지역대(대위·중령)-지원단(대령)'순이다. 서 씨는 선임병장과 당직사병, 지원대를 뛰어 넘어 지역대의 휴가 승인을 얻어낸 셈이었다.

더군다나 서 씨의 휴가가 급조됐다는 의혹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카투사는 보통 주말에 외박을 떠나기에 개인 휴가를 쓸 때 주말을 포함해서 쓰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서 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한 예비역은 "정상적인 개인 휴가였다면 2차 병가가 끝난 게 6월 23일 금요일이었으니 돌아오는 월요일인 6월 26일부터 목요일인 6월 29일까지 개인 휴가를 썼을 거다. 근데 서 씨는 주말인 6월 24일과 6월 25일을 포함해 6월 27일까지 개인 휴가를 썼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카투사에서 주말을 휴가에 집어넣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 이와 같이 휴가가 처리된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6월 25일 미 복귀가 무마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군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문제를 집요하고 지켜보고 있다. 그는 "집권당 대표의 아들은 휴가 당시 휴가 명령지도 없었다. 나중에 사후로 정리했다. 국방부는 행적착오로 덮으려는 것"이라며 "지휘관의 구두 승인이 있었다고 해도 군의 행정 명령은 명령지가 있어야 최종 완결된다. 영내 생활하는 병사는 영외로 나갈 때 기본적으로 증빙서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휴가증, 외출증, 외박증이다. 이것들이 나오기 위해선 명령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법적으로 보면 지휘관의 구두 승인만으로는 휴가를 갈 수 없다"고 했다.

◇ 부담스런 여론 이겨낼까

추미애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도 추 장관에겐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아들 서 씨는 '엄마 후광'으로 업계에서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전북현대축구단에 입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프로스포츠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쳐 지난해 2월 전북현대축구단 사무국 인턴에 합격했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대졸자인 서 씨는 최종 면접 과정에서 석사 2명과 외국 축구협회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미국 명문대 출신을 누르고 최종 합격했다고 나타났다. 최종 면접에 응시한 사람은 총 6명이었다.

한 석사 출신 지원자는 일반 석사도 아닌 유럽 유수의 프로축구단으로 직행할 수 있는 유럽 최고 스포츠경영학 전문석사였다고 나타났다. 그는 EPL 명문팀과 일한 경력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석사 출신 지원자는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뒤 유럽에서 스포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었다. 또 다른 지원자는 미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스포츠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뒤 외국 축구협회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최종 합격자 2명 가운데 서 씨를 제외한 또 다른 합격자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유명 스포츠 데이터 업체와 국내 한 대기업 정규직을 거쳐 합격했다고 알려졌다. 서 씨는 영국 러프버러대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의 한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을 한 경험 외 다른 경력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 씨는 이마저도 인턴 기간을 모두 채우지 않고 그만 뒀다.

추미애 장관의 거짓 해명 논란 탓에 딸을 둘러싼 시선도 따갑기는 마찬가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의 의원 시절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공개하며 정치자금 일부가 딸의 가게 매출 올리기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의 딸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회계를 보좌 직원이 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딸 가게라고 해서 공짜로 먹을 수는 없지 않나. 딸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장관의 장녀가 운영했던 음식점이 위치했던 건물 전경

매일신문 확인 결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딸이 운영하던 음식점의 임대료는 2014년 월 140만 원에서 2015년 월 150만 원으로 상승했다고 나타났다. 현재는 월 160만 원이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가게를 닫았다는 추 장관의 발언이 힘을 잃었다.

또한 치솟은 임대료 탓에 추미애 장관의 딸이 사업을 접었다는 건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추 장관의 딸 가게 임대차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중년의 남성이 테라스에서 자주 음주를 하는 등 추 장관의 딸과 마찰을 수시로 빚었기에 사업을 접었다고 나타났다.

추미애 장관의 거짓 해명 논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보좌관이 당신의 지시를 받고 군에 청탁성 전화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대정부 질문 때 나오자 추 장관은 "전화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추 장관은 최동민 행정관에게 김 대위 번호를 직접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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