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던진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새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 국정동력 확보라는 대의가 가론되지만 이 대표가 제안한 사면이 정작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가 쏟아지는 탓이다. 심지어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이 대표더러 '당을 떠나라'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야당은 원칙적으론 사면에 찬성하지만, 이 대표의 노림수에 더 촉을 세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당 내 의원들의 사면 찬성 목소리는 커지고 있어 정치권에서 파장이 이틀째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스스로 착화한 '사면 정국'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이 대표 정치 인생의 중대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 반발 이어져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배경의 중심에는 문재인 정부 막바지 국정 동력 확보라는 목표가 놓여 있다. 언젠가 불거질 '사면' 논의를 먼저 꺼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추미애·윤석열 공방 등으로 갈라진 진영 갈등을 수습하겠다는 의도인 것.
아울러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지지율 하락 추세 속, 중도와 보수층을 아우르는 모습으로 대권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다목적 카드기도 하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는 등 역풍이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친문 성향의 중진 의원은 물론, 당 지도부 내에서조차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분명한 사과와 반성이 없었다며 공개적인 사면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는 것.
정청래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라며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박주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납득하기 어렵다"고 했고, 김남국 의원도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 역시 "사면복권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정치인이 흥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고, 박주민 의원도 "누구를 위한 사면이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의원은 "사전에 지도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당 지도부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직접 당내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진화에 나선것으로까지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는 3일 최고위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새해를 맞아 주요 입법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이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사전논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사면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면에 뭉치는 野 의원들
혼란스러운 건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두 대통령에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만큼, 여권에서 먼저 나온 사면론을 적극적으로 반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이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일 페이스북에 "분열을 조장하는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새해부터는 통합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여권의 지지율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한 여론 떠보기라면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며 "구체적 논의도 늦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형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가 무엇이든 이 대표의 사면 제의를 환영한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서나 국격을 위해서나 사면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언주 전 의원도 "전적으로 환영하며, 어떠한 정치 공학적 계산 없이 신속하게 사면을 단행할 것을 문 대통령에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막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즉각 사면하는 것이 옳다"며 "두 전직 대통령에게 적용된 잣대대로라면 문 대통령 역시 무사하다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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