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노말영 씨 시어머니 故 김계선 씨

노말영(위 왼쪽 두번째) 씨와 김계선(아래 왼쪽) 씨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가족제공.
노말영(위 왼쪽 두번째) 씨와 김계선(아래 왼쪽) 씨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가족제공.

어머니와 함께한 지 30년 세월, 지난해 12월 9일 어머니를 떠나보냈습니다. 아직도 웃으며 제 이름을 불러주실 것 같아 자꾸만 목이 멥니다.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꽃 피는 봄에 가시면 더 좋았을 것을 왜 이리 추운 겨울에 떠나셨어요. 살아계실 때 죽으면 꽃밭에 뿌려 달라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기억나 이렇게 추운 날 어머니를 떠나보내니 마음이 아픕니다.

처음 시집왔을 때부터 저를 며느리가 아니라 딸처럼 대해주셨지요. 목욕탕이나 시장에 같이 나가면 사람들이 전부 며느리인지 모르고 다 딸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흐뭇하게 웃으시던 어머니 얼굴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아들, 며느리 힘들다며 고생시키지 않으려 막내아들 집에 같이 살면서도 75세까지 아픈 다리로 일하시며 고생만 하다 가신 우리 어머님. 같이 살 때도 일하고 들어오는 아들, 며느리 힘들까 봐 빨래며 음식이며 도맡아 하셨지요.

어머님 덕분에 저랑 남편은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함께 살아서 제 딸과 아들도 할머니를 참 좋아했지요.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다른 손자들은 아무것도 안 사줘도 저희 딸과 아들에게는 자전거를 사주셨고 아직도 저희 아이들은 그때 그 자전거를 잊지 못합니다.

시댁에 아들 손자 네 명이 있었고, 저는 아들이 아니라 첫 딸을 낳았다며 쳐다보지도 않으셨던 시아버님께 섭섭했지만, 저희 어머님은 항상 '공주, 우리 공주.'라며 딸을 예뻐해 주셨지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며 제일 많이 사랑받았던 저와 제 딸은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젊은 시절 붕어빵 장사부터 시작해 고구마 장사, 수박 장사, 안경 장사, 양계장, 식당일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경제적으로 자식들 도움받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셨지요.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태어나 유창한 일본어는 물론 총명하고 똑똑하셨던 우리 어머님, 아픈 다리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 요양원에 가게 되셨지요. 늘 어머님의 아픈 다리가 마음에 걸렸던 저와 남편은 다리 수술을 시켜 드리려 했지만, 시아버님의 반대로 결국 수술을 하지 못했지요. 그때 강하게 밀고 나가 어머님 다리 수술을 시켜 드렸더라면 요양원에 안 가셔도 되고, 치매 판정도 받지 않고 더 오래 살다가 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픕니다.

27평 방 3칸짜리 집에 여섯 식구가 살면서 어머님, 아버님께 안방 내어드리고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저희 남편은 6년 전 새벽,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졌습니다. 그때는 죽다 살아난 남편이 불쌍하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어머님, 아버님과 분가를 하게 되었고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는 어머님을 모질게 내보내야 했던 그때의 제가 너무 밉고 아직 가슴에 한으로 남습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3년 후에 치매 판정받으시고 아들도 못 알아보셨지만, 며느리인 '노말영' 제 이름은 죽기 전까지 잊지 않으셨지요. 살아계실 때 제가 늘 입버릇처럼 "엄마, 다른 건 다 잊어버려도 막내며느리 이름은 절대 잊으면 안된데이."라는 말을 끝까지 기억하시고 불러주시던 제 이름. 저도 죽기 전까지 고생만 하다 가신 불쌍한 우리 어머니 이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1년 동안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돌아가셔서 더 가슴이 아프고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저세상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한 다리로 좋은 곳에 여행 다니시며 어머니 좋아하는 꽃도 많이 보고 행복하기를 막내며느리가 늘 기도하겠습니다. 어머니, 다음 생에도 딸 같은 며느리로, 친정엄마 같은 시어머니로 또 만나요. 우리. 그립고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시어머니를 사랑하는 며느리 노말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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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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