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윤석열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노동일 경희대 교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새해 벽두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3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뒤를 따른다. 이 지사가 선두인 다른 조사도 있다. 윤 총장, 이 대표 순서인 경우도 있고, 이 대표와 윤 총장 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조사기관마다 다른 수치와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일반 국민의 생각을 어떻게 읽을지가 보다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특히 '윤석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올해와 내년을 관통하는 우리 정치의 화두이다. 본인의 말처럼 윤 총장이 '국민에 대한 봉사' 방법으로 정치를 선택한다면 일단은 야권의 대선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마다 정권 유지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윤 총장의 지지도와 정권 교체 민심이 결합할 경우 예상외의 폭발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반면 윤 총장이 대선 정국의 어느 순간 명단에서 사라지거나 탈락하는 때가 온다면 야권은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윤 총장을 제외한 이른바 야권 주자들은 한 자릿수 지지율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야권이 뒤늦게 단일화를 하더라도 도토리 키재기일 게 뻔하다. 윤 총장의 거취는 그런 점에서 단순 화젯거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장래와도 직결되는 셈이다. 새해 벽두 윤석열 현상에 대한 의견을 공론장에 올리는 이유이다.

우선 윤 총장 지지율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지지가 아닌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권 교체와 윤 총장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보수 혹은 중도층 국민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지도의 허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현재 정부·여당을 외면하는 국민도 야당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투쟁력도 없고, 전략 전술도 부재한 야당이 여당의 최대 원군이라는 말은 단순한 비아냥이 아니다. 반면 단기필마로 대통령과 거대 여권에 맞서는 윤 총장에게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에 없는 용기와 배짱을 갖춘 듯하고 현 정권에 결여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상식을 강조하는 윤 총장에게 이른바 반문 정서가 투영된 결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경제·외교안보·코로나·부동산·저출산·일자리 문제 등 복잡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어나갈 적임자여서가 아닌 것이다.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선다면 검찰총장으로서 그간의 행적이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될 위험도 있다.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적폐 청산' 문제도 걸림돌이다. 조국 수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권력층 연루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나같이 본격적인 재판 혹은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윤 총장의 공언처럼 명명백백히 헌법정신과 법치주의가 관철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아무리 강단 있는 검사라도 정치적 공방 속에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수사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현직 검찰총장의 '대선 주자'론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윤 총장은 직무 배제 후 업무에 복귀할 때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징계 처분 후 두 번째 복귀할 때는 '상식'이 추가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상식적이지도 않다. 특정인과 연관된 현상이 정치적 화두가 되었던 경험은 여러 차례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방송으로, 글로 그분들이 착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견을 밝혔다. 일종의 현상과 개인적 지지를 동일시하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윤 총장의 출마를 부추기는 의견들도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한 것일 뿐이다. 지금 윤 총장이 할 일은 명확하다. 정치적 행보를 공개적으로 단호히 배격하고 권력형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과거 '여론조사 배제' 의견을 밝혔다는 것만으로 외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만에 하나 윤석열 현상을 지지율로 착각하고 정치적 행보를 할 경우 본인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의견 표명이 늦어질수록 야권이 낭패를 볼 가능성은 커진다. 윤석열 총장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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