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한 해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추락했다. 한 해 마지막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견고할 것으로 여겨졌던 40%대 지지율은 무너지고 30% 중반(36.7%)으로 추락했다. 보통 정권의 레임덕을 35% 지지율로 보면 문 정권은 지난 한 해를 거치면서 레임덕에 본격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문 정권의 추락은 말할 것 없이 독선과 독주로 대표되는 정권의 '불통 시스템' 때문이다. 문 정권은 노무현 정부를 거친 탓인지 유독 진영논리에 푹 빠져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협치와 조정 노선을 폈다가 야당과 검찰 등 기득권에 당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권력을 잡았을 때 최대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또 권력을 놓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 '100년 집권' 등의 이야기는 그런 정서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권력은 결국 내리막을 걷게 돼 있다. 권력은 집권자나, 세력의 의지대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역사가 이를 이미 증명하는 것이다. 그 흐름의 변곡점이 2020년이었던 것이다. 작년 한 해 문 정권은 각종 정책 실패로 서민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면서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총 16차례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대표적 실패 사례가 됐다.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은 정권의 무능과 아집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 '순장조'에 들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교체된 것도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다. 또 문 정권 최대 경제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은 서민경제 활로는 고사하고 서민경제를 오히려 옥죄는 정책이 돼 버렸다. 일자리를 양극화하면서 청년실업과 실업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아 서민 정권을 자처한 정권의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검찰개혁 미명하에 1년 동안 벌인 '윤석열 찍어내기'는 정권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작이 됐다. 1년여 동안 계속된 윤석열 찍어내기를 실패하면서 정권의 '검찰개혁'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 당 대표 출신 거물인 추미애 장관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축출하려 했지만 오히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오히려 사과하고, 자신은 경질되는 수모를 당했다. 정권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향해 옥죄어오던 검찰 수사 칼날을 직접 대면하게 되는 위기 상황을 맞은 것이다. 문 정권은 법무장관을 새로 임명하고 공수 처장을 지명하면서 반격을 시도하고 있지만 돌아선 검찰 조직과 민심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게 자화자찬하던 K-방역도 오히려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미국 영국은 물론 대만 싱가포르, 일본까지 확보해 시작하는 백신 접종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 거리 두기와 의료진의 희생 등으로 이뤄낸 것을 정권의 공으로 가로채 공치사에 몰두하다 참극을 빚는 것이다. 특히 입만 열면 세계 방역의 모범 국가가 됐다고 자랑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더욱 우스운 꼴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화상으로 진행된 다자 정상 회의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K 방역 성과를 자랑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무능과 독선, 독주로 점철된 문 정권을 뒷받침한 것은 거대 여당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했지만 수적 우위를 정권 안보에 이용하는데 골몰했다. 국정 파트너인 야당은 무시한 채 국회 상임위를 독식하고, 입법 독주를 거듭했다. 입법은 청와대 주문 생산이 다반사였다. '개혁 입법'이란 명목하에 밀어붙인 부동산 관련 법안 들은 부실 입법 민원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야당의 공수 처장 비토권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밀어붙인 공수처 법 개정은 정권의 무리한 입법 독재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이처럼 국회 수적 우위를 정권 연장 방안으로 사용함으로써 정권은 입법 독재라는 부담과 함께 민심이반을 초래했다.
정권 유지를 위한 꼼수정치와 입법 독재, 민심이반의 악순환은 2021년에도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작년 한 해 민심이반을 절실하게 경험한 문 정권은 정권 초기 국정지지율 반전을 위해 다양한 꼼수를 동원할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불거지고, 정권 홍보전이 봇물을 이루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권력은 꼼수와 사술로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불루(疎而不漏)'라고 노자는 일찌감치 권력자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점을 간파해 지적한 바 있다. 민심은 천심인데 민심의 그물을 '꼼수'로 피해보겠다는 시도는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나을 듯싶다.
이상곤 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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