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2>노동재사에 새 숨 불어넣은 '가일서가'

옛 유림들 품었던 오래된 한옥 재탄생
곁에 두고 싶은, 또 일고 싶은 책 진열
안동·예천 출신 작가들 포함 100권

가일서가. 서가에는 늘 100권 정도의 책만 채워져 있다.
가일서가. 서가에는 늘 100권 정도의 책만 채워져 있다.

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의 자취가 머문 '노동재사'(경북 안동시 풍천면 노동길 16·안동시 문화유산 제25호)가 2019년 9월 글쓰는 책방 '가일서가'로 다시 태어났다. '글 공부를 하던 옛 유림을 품은 곳'이라는 노동재사의 역사는 이가람, 김현정 부부가 작은서점을 열고자 했던 취지와 딱 맞았고, 부부는 이곳에 꿈을 싹 틔우기로 결심했다.

오래된 한옥, 직접 나무를 잘라 마련한 맞춤형 서가에는 늘 100권 정도의 책만 채워져 있다. 공간적 사정도 있지만, 좋은 책을 선별해 소개하고 싶다는 부부의 마음이 담겼다. '우리가 고른 책은 유명 작품이 아니더라도 우리 서가에서만은 돋보이게 해주자'는 부부의 뜻이 통했을까. 책은 금세 팔려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책을 들여놓는다.

부부는 오래 곁에 두고 읽으면 좋을 책,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좋은 책,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을 골라 서가에 진열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상이나 대안적 삶에 대한 책, 아이와 어른이 함께 봐도 좋을 그림책, 안동과 예천 등 지역 출신 작가들의 책도 꼭 올려 둔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로 글을 써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방에서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꾸려 매년 글을 모아 책을 내고 있다. 책방 문을 연 첫해에는 6~10세 아이들, 지난해에는 중학생이 직접 책을 집필했다. 앞으로는 성인들과도 함께 책을 낼 계획으로 작은 모임을 갖고 있다. 글쓰기뿐 아니라 영어책 읽어주기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커피클래스 등 원데이 클래스도 때때로 개설한다.

"저희는 스테레오 타입의 인생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택했어요. 책방을 하며 저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 가치를 공유하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작업들을 해나갈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한 굴레를 벗어나 내가 진정 원하는 걸 하며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일서가의 존재 목적이니까요."

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의 자취가 머문
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의 자취가 머문 '노동재사' 2019년 9월 '가일서가'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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