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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의 술과 인문학]취하지 않아도 행복한 커피 칵테일 ‘카페 로열(Cafe Royal)’

카페 로열(Cafe Royal)
카페 로열(Cafe Royal)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 가루에 뜨거운 물을 강한 압력으로 빠르고 진하게 추출한 이탈리안 정통 커피 에스프레소(Espresso)는 적은 부피 안에 많은 원두의 성분이 녹아 있어 농도가 짙고 향과 맛이 매우 진하며, 뜨거운 열정을 뿜고 있다. 에스프레소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황금색의 곱고 반짝이는 크레마(Crema)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긴 여운과 반짝이는 영감을 준다.

매혹적인 향이 가득한 커피 향에 너무 심취한 파리 한 마리가 유혹의 향에 취해 커피의 심장(heart of coffee)이라고 불리는 에스프레소 잔에 퐁당 빠져 버렸다. 에스프레소 잔에 빠진 파리가 하는 말, 쓴맛 단맛 다 봤네!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며, 사랑의 키스처럼 달콤한 커피의 단맛, 쓴맛, 신맛, 짠맛, 산미는 우리의 미각을 중독시키고 그리움의 향기에 젖게 한다.

커피 문화는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다방이 사랑방 역할을 해온 한국의 기존 커피 문화가 2019년 기준 커피전문점 수는 전국에 7만1000여 개에 이르고 있으며, 서울만 해도 스타벅스의 고향 시애틀을 훨씬 능가하는 세계에서 1인당 카페 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고 하니 가히 한국인의 커피 사랑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카페라는 공간은 현대인들에게 집 못지않은 친숙한 공간으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본래 카페란 단어는 커피(coffee) 그 자체를 의미하며, 카페가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은 메카, 카이로, 이스탄불 등이다. 그 뒤 대부분 아르메니아나 시리아 사람들에 의해 카페가 유럽대륙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19세기 프랑스의 카페는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는 지적 교류를 위한 최상의 장소였다.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답게 프랑스는 커피를 음식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프랑스인들은 식사의 맨 마지막 순서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정착시켰으며, 소화를 돕기 위해 코냑과 같은 브랜디를 섞어 먹기도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각각 선호하는 커피와 카페 하우스가 따로 있다. 우유와 커피를 반반씩 섞은 멜랑주(melange), 우유를 조금 넣은 브라우너(brauner), 우유 거품을 얹은 카푸치노(Cappuccino), 오렌지 브랜디를 첨가한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럼주를 넣고 휘핑크림을 얹은 피아커(fiaker), 토닉워터에 커피를 넣은 에스프레소 토닉(EspressoTonic) 등 커피 메뉴는 다양하다.

인간은 가끔 쓸쓸해질 필요가 있다. 깊은 절망감에 빠져있을 때도 있고, 생각이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을 때도 있고,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은 결국 또 한 번의 기회로 향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강한 사람이란 가장 훌륭하게 고독을 견뎌 낸 사람이다. 낙엽이 뒹굴고 찬 바람이 불며, 문득 쓸쓸함이 몰려오면 취하지 않아도 행복한 커피 칵테일을 마셔보자.

커피 칵테일 중 카페 로열(Cafe Royal)은 '왕족의 커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말을 남긴 나폴레옹이 자주 마셨다는 칵테일이다. 블랙커피 잔 위에 스푼을 걸치고 그 위에 각 설탕을 놓고 코냑이나 브랜디를 부은 후 불을 붙인다(코냑 10ml, 각설탕 1개, 핫 커피 적당량). 적당히 불꽃이 오르기 시작하면 스푼을 그대로 커피 속에 잠기게 하여 천천히 섞어서 마신다. 코냑에 불을 붙여 파란 불꽃이 하늘거리며 올라올 때 주변의 불빛을 없애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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