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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북문 유흥가에 전시회가 열린다면…

행복북구문화재단, 문화예술 DNA 이식 시도
지난해 칠곡 3지구에 이태원길 만들어 문화공간으로 채색

경북대 북문 맞은편에 2016년 조성됐던 보행친화거리. 매일신문DB
경북대 북문 맞은편에 2016년 조성됐던 보행친화거리. 매일신문DB

젊은이들의 유흥가로 손꼽히던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북문 주변에 문화예술 DNA 이식이 시도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지가 될 '대학문화커뮤니티센터'가 이르면 올 3월 선보일 전망이다.

경북대 주변에는 청년들을 위한 복합문화 공간을 표방한 대구시청년센터, '다온나그래'가 2019년 4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문화커뮤니티센터는 이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문화 자치에 방점을 둔 것으로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소위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문화 공간과 콘텐츠 창출은 오롯이 학생, 상가, 주민 협력에 달렸다.

경북대 북문은 1980년대 집회와 시위 등 민주화 열기가 식자 1990년대 들어 중구 동성로 못지않은 유흥가로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북대 출신 문화활동가와 재학생 문화활동가들이 주민들과 호흡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해나간 것이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하나로 이곳 일대에 2023년까지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안착시킨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대학생, 주민, 상인들이 협력해 주변 문화를 형성해내는 시스템에 착안한 것이었다.

지난해 진행된 '대학문화예술키움'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경북대 북문 인근 상가, 주민, 문화활동가 간 교류를 통해 이들은 문화 수요를 파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프로그램 선호 경향이 뚜렷해 전시 등 시각적인 분야에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자평했다. 따라서 올해도 전시에 좀 더 방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태원길 미관광장의 야간 경관.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이태원길 미관광장의 야간 경관.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행복북구문화재단이 유흥가에 문화예술 DNA를 이식하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북구 강북지역 대표 유흥가였던 동천동 칠곡 3지구 주변을 '이태원길'로 조성, 문화예술가들의 버스킹 무대 공간 등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칠곡 3지구 이태원길은 이태원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다소 부족했다. 이태원 작가의 고향이면서 그의 소설 '객사'의 무대인 칠곡을 연결한 콘텐츠였지만, '의미는 있되 흥미는 없다'는 숙제를 안았다. 무엇보다 여전히 유흥가 색채를 벗지 못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경북대 북문에서 시도되는 문화예술 DNA 이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행복북구문화재단 관계자는 "경북대 북문의 대학문화커뮤니티센터 조성은 이태원길의 시즌2로 보면 된다"며 "오랜 기간 축적된 대학문화 에너지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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