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7시 10분쯤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위치한 한 헬스장에는 집합금지 조치가 17일까지 연장된 상태인데도 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이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성우(45) 씨는 이날부터 방역 당국의 규제를 불복하고 헬스장을 열어 회원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2층과 3층 총 면적 546.78㎡(약 165.7평)인 이곳에선 회원 총 11명이 모두 마스크를 콧등까지 올리고 서로 거리를 지켜가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남성 회원 A(39) 씨는 "사장님의 용기에 오랜만에 행복을 느낀다"며 "과태료를 내셔야 할 것 같은데 늘 응원한다. 힘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역 당국의 집합금지 조치 연장에 불복해 문을 연 헬스장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다. 야권은 이번 '헬스인 불복 운동'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8일부터 4주에 걸쳐 강행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 금지 조치를 이달 17일까지 2주 더 연장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지난해 3월 4주, 8월 3주 '영업 정지'를 당하고 11월 24일 '제한 운영' 조치 2주에 추가로 4주 더 영업이 정지됐던 전국의 헬스장 약 1만 곳의 운영주는 이번 방역 당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불복 운동을 시사하고 있다. 헬스장만 쏙 빼고 태권도, 발레 등 학원으로 등록된 소규모 체육시설에 대해서만 일부 영업을 허용하기로 한 이번 조치는 이들의 역린을 건드려 버렸다.

집합 금지 조치가 다시 시행된 4일 서울 지역에서 방역 당국의 지침에 불복하고 헬스장 문을 활짝 열어젖힌 건 사단법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장인 김성우 씨였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악법도 법이다. 이번 내 불복 행동은 법을 거스르겠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그저 내 의지를 표현하려는 것"이라며 "과태료가 나와도 누굴 원망하진 않겠다"고 했다.
김성우 씨의 헬스장은 원래 24시간 운영되는 곳이었다. 방역 당국의 제한 운영 지침에 맞춰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2주간 오후 9시까지만 헬스장을 운영했다. 회원 가운데 30%가 오후 9시 이후에 운동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곳의 매출은 지난달 초 이미 10분의 1로 줄어 버렸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자 헬스장 영업을 그만둬야 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는 "영업 정지 지침을 2주 더 지키면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 제한 운영 조치 때의 지침에 맞춰 샤워 시설을 폐쇄하고 오후 9시까지만이라도 헬스장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방역 당국에서는 운동 공간으로 3.3㎡(약 1평) 당 1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지만 나는 6.6㎡(약 2평) 당 1명 정도로 공간을 넓게 배분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구청 관계자 여럿이 이날 경고차 헬스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한 차례 경고에도 영업을 멈추지 않으면 김 씨는 향후 1차에 과태료 150만 원, 2차에는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 받게 된다. 그는 "용산구청 사람들 7명 정도가 방문했는데 그들도 할 말이 없었는지 강압적이기 보단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한편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헬스장을 찾았다. 김성우 씨는 피트니스업계의 현안에 대해 김 위원과 공유하며 "이번 조치는 단순히 헬스장 업주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헬스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너와 아르바이트생 등 젊은이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생활고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에 김재섭 위원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지금까진 '불편한 수준'이었지만 줄도산 위기에 처한 전국의 헬스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회원권이 말소돼 곧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수순에 이를 것"이라며 "이미 방역 당국에 헬스장 영업 정지를 제한적으로라도 풀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꼭 찾겠다"고 했다.
김성우 씨는 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재섭 위원과 하태경 의원이 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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