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서 놀던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 격인 원숭이 한 마리가 어느 날 땅에 내려와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먼 지평선을 바라본다. 광활한 대지를 마주한 원숭이가 거대한 땅과 무한 공간에 압도당하는 순간, 봇물 터지듯 엄청난 양의 시각 정보가 뇌로 밀려들어왔다. 그야말로 인지능력이 싹을 틔우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 축적된 뇌 정보의 덩어리들은 호모 사피엔스의 표현 욕망과 정체성 확인 본능에 의해 필연적으로 외부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으니, 그 첫 작품이 그림이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과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이런 점에서 선사시대 인류가 그린 최초의 회화다.
이우석의 작품 'I am that I am-Present'(나는 지금 존재하는 나다)를 보면 4등분 한 화면에 4개의 얼굴 형태를 '지문'이라는 조형언어로 되어 있다. 배경 색채와 지문 얼굴도 4개 모두 각기 다른 색을 씀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 4등분 한 하나하나의 화면마다 관람자의 모습을 투영해 보면 그림 보는 재미가 더 있다. 그러다가 문득 왜 하필 '지문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가톨릭 신자인 이우석은 10대 때부터 '신은 어떤 존재일까'를 화두삼아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러던 중 신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함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그의 삶은 가슴 벅찬 일상이 됐다. 제1명제인 신의 존재 확인에 따라 논리적 추론 단계를 더하면 제2명제로서 떠오르는 질문 즉 '나는 누구인가'다. 이 질문은 존재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게 된다.
이우석은 또 생각했다. '내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만지는 모든 사물에 흔적을 남기는 것 중 가장 많은 것이 지문이다.' 농부의 갈라진 지문, 노트북 자판 위에 수없이 새겨진 기자의 지문, 화가의 물감 묻은 지문 등등, 세상 사물에는 지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따라서 지문은 곧 나의 존재성이요 삶의 정체성인 것을.
지문은 또한 파장 모양이다. 세상과 더 나아가 우주 또한 지문 파장을 닮아 있다. 양자역학에서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근본은 입자이면서도 동시에 파동으로 정의한다. '옳거니. 나는 지문이요 지문은 파동이며 파동은 우주 그 자체이다'. 배경에 그려진 점과 무늬는 별이며 은하이다. 이우석의 이 작품은 '우주 속 호모 사피엔스'를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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