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낙하산 사무처장 또 모시는 경북체육회

민선 체육 시대에도 경북도 예속 탈피 불가…혁신 필요하지만 경북도·체육회 모두 외면

경상북도체육회가 민선 회장 시대를 맞이하고도 경북도 출신 사무처장을 내정하고 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은 관선 회장인 김관용 도지사 시절인 2016년 12월 경주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전 입상 선수단 시상식 모습. 경북체육회 제공
경상북도체육회가 민선 회장 시대를 맞이하고도 경북도 출신 사무처장을 내정하고 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은 관선 회장인 김관용 도지사 시절인 2016년 12월 경주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전 입상 선수단 시상식 모습. 경북체육회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경상북도체육회가 또 공무원 출신의 낙하산 사무처장을 낙점받았다.

김하영 회장이 이끄는 경북체육회는 경북도에서 지난 연말 고위 간부로 명예퇴직한 A 씨를 공석인 사무처장으로 내정하고 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신임 사무처장은 경북체육회 이사회 의결로 임기를 시작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1961년 이후 50년 만인 지난해 민선 체육회를 재출범시킨 대다수 체육 관계자들은 지긋지긋한 낙하산 인사로 간주하지만, 체육회 예산권을 쥔 경북도 공무원들과 관행에 젖은 체육 기득권 세력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일부 체육인들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민선 경북체육회는 지난해 체육인 독립을 내세우며 의기양양하게 출범했지만, 전임 박의식 사무처장의 임기 논란 파문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박 사무처장이 지난해 3월 물러났지만, 후임자를 뽑지 못한 채 지금까지 시간이 흘러갔다.

김 회장은 애초 민선 임원진을 꾸리면서 선거 캠프 인사를 사무처장에 임명하려 했으나 주위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경북도의 눈치를 보느라 지금까지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3파전으로 치열하게 치러진 민간인 회장 선거에서 이철우 도지사가 낙점한 후보를 꺾은 김 회장이 임기 시작부터 경북도의 견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기자는 공모 절차조차 밟지 않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지만, 지난해부터 경북도 출신 인사를 사무처장으로 받아들일 것을 김 회장에게 조언했다. 민간인 회장이 된 만큼 먼저 이철우 도지사에게 사무처장 적임자를 추천받을 것을 강조했다.

이처럼 구태로 여겨지는 낙하산 인사를 주문한 데는 안타까운 배경이 있다. 경북체육회는 관선 회장 때와 마찬가지로 경북도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민선 회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실정이다.

대구시체육회와 비교해서 경북체육회는 체육회관 등 인프라와 직원 복지, 행정 시스템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하다.

경북체육회는 1981년 대구체육회와 나눠진 뒤부터 지금까지 체육회관을 마련하지 못하고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2001년 대구 북구 고성동 대구체육회 건물에서 이사 나온 뒤에도 경산시 옥산동 옛 경북개발공사 빌딩에서 전세살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북도가 본예산에서 인건비를 대폭 삭감해 직원들이 공석인 사무처장 인건비로 부족한 임금을 받아가야 했다.

3선을 연임한 김관용 도지사 시절 전임 경북도 출신 사무처장들이 전국체육대회 성적 올리기에 예산을 집중하면서 다른 시도체육회처럼 체육회관 등 인프라를 조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래저래 경북체육회 신임 사무처장은 엄청난 과제를 떠안게 됐다. 2018년 평창 동계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팀킴'의 호소문 파문으로 불거진 징계 남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 사태에서 드러난 성적 지상주의 난맥상, 여전한 체육 단체 통합 갈등, 부정으로 얼룩진 경북도민체전 제도 개선, 체육회관 마련과 인프라 조성 등 풀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

위상 문제도 신임 사무처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북도에서 2, 3급을 역임한 사무처장들은 체육회 입성 후 오래되지 않아 신세타령하기가 일쑤다. 도 고위 간부에서 체육회 임원으로 위상 추락을 실감하는 것이다. 체육회 사무처장이 도 체육과의 5급 사무관보다 힘이 없다는 말이 나도는 실정이다.

예산과 정책 수립 권한 없이 각종 행사로 돈만 집행하는 시스템이기에 체육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시·군 단체장들의 선거 운동원들로 짜인 체육회 집행부 임원과 관행적인 일 처리에만 몰두하는 직원 관리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문제로 김관용 도지사 때 이재근, 김상동, 박의식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체육회 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체육회 특정 부장에 대한 총애와 갈등으로 잡음을 냈으며 비난받았다. 신임 사무처장이 경북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탄탄하게 쌓은 명예를 체육회에서 잃어버리지 않을지 우려된다.

지난 1991년 경북체육회에서 사무처장 제도가 도입된 후 경북도 출신 이경희, 백장현, 김재권, 조창현, 이재근, 김상동, 박의식 등 7명이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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