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0일 남짓 남은 가운데 여론조사를 비롯한 각종 판세 분석과 흐름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심으로 흘러가자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2석의 제1야당이 3석에 불과한 군소야당에 끌려가듯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할 상황을 맞닥뜨릴 우려 탓이다.
지난 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은 회동을 갖고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는 야권 승리' 방안을 비롯해 서울시장 출마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국민의힘 내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번 만남에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가 보수야권 유력 주자로 흐름이 쏠리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선제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눈치 싸움'이 길어지면 실제 출마로 이어지더라도 등 떠밀려 나온다는 인상을 주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안 대표가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속이 복잡하기는 국민의힘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자당 주자를 위해 '안철수 대세론'을 차단해야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 단일화를 위한 물밑 접촉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안 대표와 연대나 통합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조차 4일에는 안 대표와 단일화에 대해 "누누이 강조했다시피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것이 내 책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도 "단일화는 최종적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5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소속 오신환 전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10년 전 박원순 시장이 등장할 때 조연으로 함께 섰던 분들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서 "무상급식을 놓고 갑론을박하던 시대의 조연들과 함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여유가 서울시민에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이슈로 사퇴하면서 치러진 2011년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박원순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 본선에서 나 전 의원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박 전 시장과 맞붙었지만 패한 점을 모두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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