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영하의 날씨는 생명체들에게 혹독한 시기이다.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움츠려서 겨울을 나지만, 동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겨울을 견딘다. 동물의 체격과 추위와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847년 독일의 동물학자 카를 베르그만은 가까운 종 사이에서 추운 지방에 살수록 체격이 커진다는 주장(베르그만의 법칙)을 했다. 동물 몸집이 커지면 늘어난 근육으로 열 발생이 증가하고, 노출되는 전체 체표면적 비율을 낮추어서 열의 발산을 줄이므로 추위에 잘 견딘다는 이론이다. 또 다른 동물 학자 알렌은 같은 종이라도 추운 지방에 살수록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말초 기관이 짧아진다는 이론(알렌의 법칙)을 얘기했다. 곰이나 사람이나 추운 지방일수록 덩치는 커지고 코, 귀, 팔, 다리 등 말초 기관은 짧아진다는 이론이다.
그럼 그 많던 흙 속의 작은 벌레들은 어떻게 겨울을 버틸까? 나는 이제까지 동물들은 겨울에는 에너지를 축적하고 잠을 자거나, 두꺼운 피하지방을 가지고 북극에 살거나, 따뜻한 털을 가지고 추위를 견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동물의 99%를 차지하는 작은 벌레들은 겨울잠을 자지도 않고, 털이 있지도 않고, 두꺼운 피하지방도 없다. 그들이 어떻게 겨울을 지내는지 관심도 없었고 배워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자 마당의 개미가 보이지 않았다. 음식 쓰레기가 쌓인 흙을 뒤져도 그 많던 벌레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무얼 먹고 살까?
있을 곳은 뻔했기 때문에 흙을 파고 30㎝ 깊이로 내려가자 지렁이를 포함한 벌레들이 보였다. 바글바글했다. 동작은 아주 느렸다. 낙엽을 뒤졌다. 햇볕이 잘 드는 두껍게 쌓인 낙엽 뒤쪽에 서로 몸을 붙이고 모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옛날 추억이 살아났다. 그리고 저절로 웃음이 났다. 어린 시절 겨울은 참 추웠다. 방 구들목은 따뜻했지만 아이들 차지는 아니었다. 밖으로 나왔지만 옷이 따뜻한 것도 아니었다. 솜을 누빈 옷은 사치품이었고, 스펀지를 넣은 옷은 바람이 숭숭 통했다. 아이들은 햇볕이 잘 드는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었다. 심심하기도 하고 열을 내기 위해서 멸치야 꽁치야 하면서 좌우로 밀치는 놀이로 추위를 견디곤 했었다. 벌레들 모습이 딱 그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처음 인간은 추위가 없는 아프리카에서 살았다. 종이 번성하면서 추운 지역으로 옮겼지만 그곳에 정착해서 집을 짓고 불이 발견되고 옷도 생겼다. 당연히 추위에 적응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인간은 현재 살아가는 지역의 기후에 맞게 적응해 가는 단계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4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4계절을 온전히 몸으로 느끼는 것이 건강에 좋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살고 있다. 나는 추위를 즐긴다. 겨울에 내복을 입지 않는다. 추운 밖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몸 구석구석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의 한 과학자는 여러가지 실험을 한 후 추위를 견디는 것도 습관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습만 하면 추위에 견디는 힘은 길러지고 더 건강해진다는 주장이다. 통증이 있을 정도로 운동을 해야 근육에 염증이 생기고 근육량이 늘어나듯이, 추위와 더위를 반복하는 가운데 우리 몸의 건강을 챙기는 균형 기능은 살아나게 된다. 겨울을 좀 더 춥게 즐기자. 실내 온도를 1℃라도 낮추자. 겨울에는 조금 쌀쌀한 실내에서 털옷을 입고 따뜻한 차 한잔하는 여유를 가지자. 건강도 챙기고, 낭만도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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