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후 30년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3번이나 변할 때까지 '2할 자치'에 머물러 지방분권 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과 안타까움보다 자괴감이 앞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에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할 때 큰 기대를 했는데 립서비스로 끝났다.
그러나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중심으로 지방 4단체와 연대하여 조직적이고 치열하게 준비, 정부와 국회에 강력하게 요구한 결과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1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주민 주권과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들이 신설되었다.
첫째,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포함해 의회, 단체장 등 기관의 형태를 지역 여건에 맞게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 경우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둘째,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명시되어 있으며 조례 규칙의 개정, 폐지 및 감사 청구권을 위한 기준 인원과 연령을 낮추는 등 주민의 참여 문턱도 낮추었다.
셋째, 지방의회 의정활동 및 집행기관의 조직, 재무 등 주요 지방자치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하도록 하였다.
넷째, 지방의회 독립성 차원에서 지방자치 단체장의 의회사무처 인사 권한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게 되었다.
다섯째, 지방의회 의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정책인력지원을 둘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의원 정수 범위 내에서 충원하도록 제한하였고 최초 충원 인원의 절반은 2022년, 나머지는 2023년에 순차적으로 충원하도록 하였다.
또 법률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을 위해 하위 행정입법에서 제한하는 것을 금지해 지방의회 자치입법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 신고를 공개하고 겸직 규정도 구체화해 이해충돌을 방지하게 했고, 균형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중요 정책에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하도록 한 것도 성과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방자치 관할 구역 경계 변경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지방자치 단체 간 상호 협력을 위한 지원 근거를 신설, 지방자치 단체 간 원만한 갈등 해결과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대도시 등 특례 부여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이거나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 균형 발전, 지방소멸 위기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에 대하여는 관계 법률에서 행정, 재정, 운영 및 국가 지도 감독에 대한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선진국처럼 진정한 지방화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입법권, 조직권, 재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개헌을 헌법정신에 담아야 한다. 우리도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국가다'라고 천명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자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내년은 대선, 지방선거로 선거 정국으로 들어간다. 전국의 지방분권 단체들은 작은 이해관계를 떠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방분권 개헌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결집할 때이다.
최백영 대구지방분권협의회 의장(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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