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민족의 영산(靈山) 금강산을 가보고 싶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옛 사람들은 이러한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와유'(臥遊)라는 방식을 생각해 냈다.
'와유'는 말 그대로 '누워서 유람하기'로 금강산을 다녀온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를 펼쳐놓고 그 그림을 통해 곳곳을 유람하는 것이다.
이 책 역시 조선시대 정선, 김홍도, 김하종 등 당대의 화가들이 남긴 그림을 보면서 금강산의 속살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지은이의 비평과 인문지리적 해설도 곁들여 역사·미술적 가치는 물론 자연 미학적 가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마음을 모아 찬찬히 읽어나가노라면, 조선시대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걸었던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멋진 풍광들이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책장을 따라 잇따라 펼쳐지면서 어느 새 몸은 금강산을 거니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특히 책의 중간쯤에 이르면 외금강 유람의 클라이맥스인 만물초에 다다른다. 김홍도 작 '만물초'(1788년경)와 작가 미상의 '만물초'(19세기)를 보면 섬세한 붓선에 탄성을 불러일으키고 원경과 근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광, 저 멀리 보일 듯 말 듯한 아늑한 산세까지, 수묵화의 토대가 되는 삼원법이 제대로 살아 있다.
만물초는 외금강 최고의 명소이니 전설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이곳에는 선녀들의 도움으로 천하의 명약 '천계화'를 구하고 선녀들이 화장하던 화장수를 발라서 얼굴이 예뻐졌다는 '비단녀'라는 착한 처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또 각 장 끝머리에는 '북한 현대미술로 본 금강산'을 끼워 넣어 재현미술에 충실한 북한 화가들이 그린 현재의 금강산도 볼 수 있어 과거와 현재를 견주어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이윽고 금강산 북부지역 동해바다 명승지들과 연결된 해금강의 구역에 들면 육면형의 옥을 깎아 세운 돌기둥이 열 지어 있는 총석정에 이른다. 이곳에서 박지원은 총석정 해돋이를 노래했고, 김창협은 "내가 금강산을 보고 반생동안 보았다는 산들이 모두 흙더미, 돌무더기였음을 알았는데, 지금 또 여기 와서는 반생동안 보았다는 물들이 도랑물, 소발자국 물이었음을 알겠구나"하고 극찬을 했다. 아! 그리운 금강산이여. 23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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