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권 감수성’ 높아가는데…혐오의 폭력, 이제는 그만!

장애인 비하, 절름발이, 깜깜이 등 발언과 표현들 문제
최근 인공지능 '이루다'까지 성희롱과 소수자 혐오 표현 드러내
전문가 "차별 인식 개선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혐오 발언 및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에 휩싸인 인공지능(AI) 챗봇
혐오 발언 및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에 휩싸인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지난 11일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이루다 서비스의 모

최근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특정인에 대한 혐오, 비하 표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상에서 외국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여전하다.

유튜브에서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짱깨'를 검색하자 조회수 수십만 회에 달하는 영상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조회수 25만 회인 한 영상에는 '일단 중국인을 보면 욕해라', '중국인을 싫어하는 건 차별이 아니다' 등의 댓글 2천여 개가 있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를 뜻하는 '주린이', 요리 초보를 뜻하는 '요린이' 등 신조어도 초보자의 미숙함을 어린이에 빗대는 차별과 혐오라는 주장이 있다.

일부 혐오 표현의 개선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해 8월 '깜깜이 감염'을 '감염 경로 불분명'으로 바꿔 쓰기로 했다. 시각 장애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인종 차별, 난민 문제 등에 대한 '인권 감수성'은 여전히 낮았다. 지난해 수도권 한 고등학생들이 흑인 분장을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한 것을 두고 온라인 등에서 찬반 여론이 팽팽히 갈린 바 있다.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인 '이루다'도 차별과 혐오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23일 선보인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과 소수자 혐오 등의 표현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20대 여대생 콘셉트인 이루다는 대화 중 여러 혐오 표현을 쏟아냈고, 결국 개발사는 서비스 개시 2주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앞서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1월 공개 석상에서 각각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 '절름발이 총리'라는 발언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이들에게 최고 조치에 해당하는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대구인권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다문화가정이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는 많이 개선됐다. 지원기관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외국인노동자, 어린이 등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차별금지 제도가 없어 문제 제기도 일어나지 않는다. 의식 개선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