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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눈이 피곤한 그대에게 권하는 독서법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어휴, 이제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책을 볼 수 없어요. 봐야 할 책은 산더미인데." 도서관에서 10년째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50대 중반에 접어든 선생님의 하소연이다.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보르헤스(Jorge Borges)는 55세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후 연로한 어머니의 목소리에 의존하여 독서와 집필활동을 이어갔다. 국립도서관 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만든 조지프 퓰리쳐(Joseph Pulitzer)는 40대 중반에 실명을 했다. 비서가 신문과 책, 경영 관련 자료 등을 읽어주었다. 시력을 잃었지만 그는 미국 신문왕의 자리에 올랐다.

작년 8월 한 광고 문구가 눈길을 당겼다.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핑계가 뭔지 알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 역시 바빠서 책 한 권을 완독하기 어렵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오디오북 앱에 유료 회원가입을 했다. 첫 달이 무료라는 점, 광고 모델이 유명 배우라는 점에 이끌렸다. 기대했던 것보다 콘텐츠도 풍부하고 화면 구성도 신박했다. 휴대폰에 오디오북 앱을 설치하고 들었다. 두 시간가량 배우가 낭독해 주는 책에 흠뻑 빠졌다. 드라마 못지않게 몰입감이 있었다. 어릴 적 즐겨듣던 라디오 소설극장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작년 한 해 오디오북 업체는 유료 구독자 수가 800% 이상 늘어났다. 종이책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가 오디오북에서도 독자들의 인기가 높다. 예전 오디오북은 주로 외국어나 자기 주도 학습용으로 쓰였다. 요즘은 다양한 책들이 오디오북에서 읽힌다. 전문 성우나 배우가 낭독한 책이 인기가 많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성우 등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즐기는 팬심(Fan心)형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직원 교육용으로 오디오북을 활용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도 시흥시는 급변하는 시대에 직원들의 적응력과 통찰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도입했다. 작년 4월부터 시작한 교육에 직원들의 호응도가 좋아 8월에는 참가 인원을 더 확대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사람이 해오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여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대응할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독서'라고 많은 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눈은 갈수록 피곤해지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유용한 독서법을 추천한다.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듣는 오디오북은 어떨까. 차 안에서, 길을 걸으면서, 잠자기 전 자투리 시간에도 독서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 나의 독서 버킷리스트 중 몇 권은 오디오북으로 읽을 작정이다. 도서관 강사 선생님에게도 오디오북 독서법을 권해봐야겠다.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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