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도시 경북 구미시의 경기 하락세가 심각하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대기업 계열사 사업장들이 생산 비중을 해외나 수도권 등으로 이전하는 '탈(脫) 구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협력 중소·중견기업들도 회사 정리 및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 실업률이 매년 전국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노후된 구미산단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을 계기로 구미경제를 재도약시키겠다는 부푼 꿈도 커지고 있다.
◆구미 떠나는 알짜 중견기업…취업할 곳이 사라진다
구미산단 내 대기업에 이어 알짜 중견기업들도 하나둘씩 구미를 떠나거나 떠날 채비를 하는 등 기업들의 '탈(脫) 구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구미산단 내 국내 최대 섬유기계업체인 A사는 지난달 28일 김천시와 필름가공용 기계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업체는 김천일반산업단지 6만6천㎡ 부지에 400억원을 투자, 100여 명을 고용창출하기로 했다.
A사는 세계 섬유기계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강소기업이다. 따라서 구미 경제계는 관련 업체들의 연쇄이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구미산단 내 IT·가전용 소재 개발업체 아주스틸㈜ 역시 지난해 7월 국내 유턴하는 필리핀 공장의 안착지로 김천산업단지를 선택했다. 아주스틸은 임직원 300여 명, 매출 4천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기업 유턴(리쇼어링) 강조 후 '리쇼어링 1호 기업'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또 구미산단 내 글로벌기업이자 전자부품제조업체인 B사도 지난해 6월 김천으로 회사를 통째로 옮겼다.
구미에서 김천으로 공장 이전이 잇따르는 데는 KTX역을 비롯한 뛰어난 교통 인프라와 혁신단지 우대지역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이 꼽힌다. 특히 김천일반산업단지(3.3㎡ 당 분양가 44만원)의 분양가는 구미5산단(3.3㎡ 당 분양가 86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업 한 관계자는 "구미는 대기업의 주문량이 갈수록 줄어 상당수 중소·중견기업들이 수도권에서 주문량을 찾다 보니 수도권과 조금 더 가까운 김천이 출장·물류, 수도권 인력 확보 등에서 잇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미시의 기업유치 정책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미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구미가 김천 등 다른 도시와 비교해 각종 인프라·인센티브 등에서도 열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관련 업무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유치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활 날개짓 기대
구미 산동·해평면 일대 조성 중인 구미 5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5산단)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대 수혜지로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분양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구미5산단은 신공항 이전지와 10여 km 떨어져 있다. 이 덕분에 산업입지 경쟁력 향상이 기대돼 최근 분양도 탄력을 받고 있다. 또 구미5산단 인접 지역인 구미 옥계동·산동면 등은 공항 배후지역으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에 따르면 신공항 이전지 결정 후 구미5산단에 대한 분양 문의가 늘어 최근 기업 3곳이 분양 계약을 완료했고, 10곳이 분양을 협의하고 있다.
고순도 화학물질 저장용 탱크 제조기업인 플루오르테크㈜는 4만1천400㎡ 부지를 분양 계약하고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자동화 설비 전문기업 ㈜TST는 1만3천여 ㎡ 부지에 100억원을 신규 투자, 3월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구미형 일자리'를 선언한 LG화학과 그에 따른 동반기업 등이 입주할 경우 구미5산단의 분양률은 현재 30%에서 50%로 높아질 전망이다.
구미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도 하나둘 늘고 있다.
홀로그래피 원리 측정 기반의 검사장비 개발업체 ㈜힉스컴퍼니는 지난해 6월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개발업체 '볼룬'은 지난해 1월 각각 서울에서 구미 금오테크노밸리로 본사를 이전했다.
또 성남의 비행시간측정(ToF) 센서 개발업체인 코어다㈜와 서울의 AR·VR 디바이스 개발업체 ㈜P&C 솔루션은 구미에 기업부설연구소를 각각 설립했다.
탄소섬유 발열체 전문기업인 ㈜GUMIC는 최근 수도권 엔젤투자자로부터 수십억원을 지원받아 탄소 발열매트 생산 확대에 나섰다. 유전 시추장비 부품을 만드는 A사와 부품소재 벤처기업 B사도 서울 엔젤투자자와 구미 신사업 투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구미산단은 제조 기반이 탄탄한 데다 신공항 이전으로 입지 여건이 더욱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대기업의 신규 투자도 잇따른다. 삼성SDI㈜ 구미사업장은 최근 400억원 들여 반도체 핵심소재 공장을 준공했고, LG이노텍㈜ 구미사업장은 6월까지 통신 반도체기판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1천274억원을 신규 투자한다.
◆스마트그린산업단지로 탈바꿈…구미시 총력전
구미시는 올해 노후된 구미산단을 미래형 혁신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구미 스마트그린산단 조성사업'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은 2023년까지 7천912억원을 투입해 구미산단을 디지털·그린 뉴딜과 스마트 제조혁신, 고부가가치화 행복 산단 등 첨단 산업기지로 육성하는 것이다.
28개 추진 과제는 ▷디지털뉴딜(5G·AI기반 구미형 산업·환경·안전 통합관제센터 구축 등 6개 사업 1천21억원) ▷그린뉴딜(스마트에너지플랫폼 구축 등 4개 사업 447억원) ▷제조혁신(소재부품 융합얼라이언스 구축 등 12개 사업 2천17억원) ▷고부가가치화 행복 산단(6개 사업 4천426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구미산단 노후화, 대기업의 구미 이탈 등 한계를 돌파해 구미산단을 미래 신전자산업 글로벌 리딩산단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시는 올해 국비 365억원을 비롯해 지방비·민자 등 모두 42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사업 추진 속도를 내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공장이 6월 착공되면 배터리 연관 사업의 동반 발전이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가 함께 이뤄져 도시의 생동감도 훨씬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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