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탓, 쉼터 입소 어려워요"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들

대구시내 노숙인 221명 중 절반 가까이는 거리서 생활
코로나 전파 우려로 신규 입소 제한적…세탁실·샤워실 등 편의시설도 닫아

7일 오후 11시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역사 안에서 노숙인들이 한파를 피해 잠을 자고 있다. 이수현 기자
7일 오후 11시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역사 안에서 노숙인들이 한파를 피해 잠을 자고 있다. 이수현 기자

7일 오후 10시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탑승객들이 열차에서 나오는 출구 앞에서 노숙인들이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찬 바닥에 박스나 이불 한 장을 깔고 잠들 채비를 했다. 일부는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고 바닥에 누웠다. 찬 공기를 막으려 낡은 우산을 난방 텐트처럼 세워두기도 했다.

도시철도 역사 안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들은 조금이라도 덜 추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밤부터 '자리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노숙인 A(63) 씨는 "대구역 3층 역사 안에는 오후 10시 전부터 노숙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눕는다. 늦은 밤에 가면 누울 수 있는 자리가 아예 없다시피하다"며 "잠들었을 때는 버틸만 하지만 새벽에는 너무 춥고 소변까지 마려워 눈이 떠진다"고 말했다.

영하권을 밑도는 강추위가 시작되면서 노숙인들이 고달픈 겨울을 견디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노숙인생활시설 입소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구시내 노숙인은 221명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106명) 노숙인이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낮에는 거리를 전전하고 밤이 되면 반월당역이나 동대구역, 대구역 근처로 새우잠을 자러 몰려든다.

통상 동절기에는 노숙인생활시설에 들어가려는 노숙인이 늘어나지만 올겨울은 다르다. 코로나19 감염 전파 우려로 신규 입소가 제한적이어서다. 대구지역 노숙인생활시설 5곳 중에 신규 입소자를 받고 있는 곳은 2곳(남성전용 1곳, 여성전용 1곳)에 불과하다.

대구 동구 한 노숙인생활시설 관계자는 "신규 입소자의 경우 입소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할 공간이 없다"며 "돈을 모아 모텔방이라도 잡아드리곤 했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8만원가량 드는 숙박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7일 오후 11시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역사 안에서 노숙인들이 한파를 피해 잠을 자고 있다. 이수현 기자
7일 오후 11시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역사 안에서 노숙인들이 한파를 피해 잠을 자고 있다. 이수현 기자

정원보다 적게 인원을 받아 일찌감치 자리가 찬 곳도 적잖다. 집단생활시설 특성상 감염 위험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인원을 줄였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리 노숙인들도 이용할 수 있었던 샤워실·세탁실·휴게실 등 편의시설도 코로나19 탓에 문을 닫은 상태다.

권용현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센터 안의 편의시설을 개방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다"며 "지난해 말 센터에 다녀갔던 거리 노숙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던 탓에 만에 하나 감염이 퍼지면 모든 노숙인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은 전례없이 고달픈 겨울을 견디고 있다.

반월당역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는 B(56)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무료급식도 많이 끊기고 후원도 줄어든 탓에 밥 한 끼 먹기 힘들다"며 "가지고 있는 방한용품은 헌 이불과 박스, 핫 팩 2개가 전부"라고 했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위해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방역물품과 방한용품을 지원하고 있다"며 "보조금만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민간 후원을 통해서도 거리 노숙인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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