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소미(코숏·5Y·5.3kg) 보호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확진자와 접촉하여 자신도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하셨다. 본인이 확진 판명 나면 소미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동물병원에 위탁이 가능할지를 물으셨다. 소미는 두 달 전에도 방광염과 배뇨장애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소심한 성격의 고양이였다.
보호자에게 죄송하지만 동물병원 입소가 불가하다고 말씀드렸다. 코로나19 와 관련된 방역 지침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관련 반려동물을 위한 방역 지침들을 알려드려야 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개와 고양이에게 코로나19가 검출된 사례들을 240여건 이상 보고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인간에게 전파시킨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다만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반려동물이 코로나19를 다른 인간에게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2021년 1월 5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만5천여명이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전체 가구의 25%임을 감안하면, 대략 1만두 가량의 반려동물이 확진자와 밀접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2020년 3월, 대구시는 대구시수의사회의 협조하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돌보지 못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임시보호소를 세계 최초로 운영했다. 대구시수의사회 산하 6곳의 동물병원이 참여하였다. 보건소를 통해 살균소독방역을 마친 동물들은 동물병원 내 마련된 격리실에서 보살펴졌다.
확진자의 짐을 들어주고 동물을 보살펴준다는 봉사의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돌이켜보면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었다. 당시로써는 세계보건기구(WHO)조차도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19를 사람에게 전파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하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지난 경험들을 거울 삼아 이제는 코로나19 확산을 보다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임시보호소가 마련돼야 한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반려동물이 코로나19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위험성이 밝혀진 만큼 그에 부합하는 반려동물 방역지침들도 마련돼야 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지침들을 근거로 '코로나19 확진자 반려동물 임시보호소' 운영 지침을 제안한다.
1. 확진자 가족 중 단 한 명이라도 가정에 격리되는 상황이라면 개와 고양이는 가정에서 돌봐야 한다. 방역을 위한 반려동물 임시보호소는 산책이나 목욕 등의 일상 관리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2. 확진자가 돌볼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에 놓인 개와 고양이는 방역 지침에 따라 임시보호소로 이송한다. 이송을 위해 이동형 케이지가 필요하다.
3. 동물은 임시보호소에 입소 전 멸균소독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4. 임시보호소는 방역 시스템이 갖춰진 공익 시설이 추천된다.
5. 개를 위한 임시보호소와 고양이를 위한 임시보호소는 분리돼야 한다.
6. 입소한 동물은 독립된 케이지 내에서 생활하며, 동물 간에도 2m 간격을 유지한다. 동물 간 접촉은 불가하다.
7. 동물 관리 담당자는 개인방역지침(PPE)을 엄수하며 동물에게 식사와 물을 제공하고 케이지 내 청결 관리를 담당한다. 부득이하게 동물을 만져야 할 때는 교상 등의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8. 보호소 관리 중 동물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협력 수의사와의 전화 또는 영상 상담을 통해 경구 약물 처방을 우선 받을 수 있다. 비대면 동물진료는 수의사회의 용인이 필요하다.
9. 보호소 관리 중 동물의 건강이 심각해 수의사의 대면 진료와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고민 대상이다.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이 필요하고 진료할 수의사와 의료진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시보호소를 동물 보호 편의시설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최소한의 배려는 제공하지만 운영의 근본 취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목적의 격리 보호소임을 이해해야 한다.
반려동물 가족들이 지켜야 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펫티켓'도 제시해 본다.
1. 산책 나온 개들 간에 접촉을 피해야 한다. 짧은 목줄을 착용해야 통제가 용이하다.
2. 놀이터와 공원처럼 다수가 공유하는 공공장소에서는 개가 스프레이(마킹)하는 행동을 자제시켜야 한다. 통제가 어렵다면 애견용 기저귀 착용을 권장한다.
3. 자가격리자는 격리 기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와 고양이를 대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4. 확진자 또는 자가격리자는 격리 기간에 개와 고양이를 산책시키거나 집 밖을 배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5. 자가격리 기간 중 반려동물이 아플 경우, 다니시던 동물병원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비대면 진료를 요청한다. 대리인을 통해 동물을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동물진료는 동물병원 내에서만 가능하다. 재난 상황임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정부와 수의사회의 용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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