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sight] 한계 드러낸 지자체 인구 늘리기

기자 3대 후손 20명에서 9명, 0명으로 감소…정부·지자체 인구 늘리기 정책 달라져야

포항시는 지난 4일 시청 앞에
포항시는 지난 4일 시청 앞에 '포항주소갖기운동 51만 인구 회복을 위한 시민 염원탑'을 세우고 제막식을 했다. 포항시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인구수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2019년(5천184만9천861명)보다 2만838명(0.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상 인구가 감소한 것은 1962년 주민등록제 도입 이후 58년 만에 처음이다.

가족관계를 한 번 확인해봤다. 기자의 조부모는 5남1녀를 낳았고, 이들 6명의 자식은 총 20명이다. 부모는 4형제를 뒀으며 이들의 자식 수는 총 9명이다. 기자는 자식 둘을 뒀으나 모두 결혼에 관심이 없다.

요약하면 조부모 때 후손 20명이 부모 때에 9명으로 줄었고, 이제 기자는 후손을 보지 못할 상황이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인구 데드크로스'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오래전부터 출산 확대 정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더 많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지자체의 장려금 중심의 출산정책과 편법을 동원한 주민등록인구 늘리기는 변함 없이 계속되고 있다.

포항시는 올들어 인구 늘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50만7천25명이었던 인구수가 지난해 50만2천916명으로 4천109명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50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 조직 축소와 행정 권한, 지방교부세가 줄어드는 등 도시의 위상 추락이 불가피하다.

급기야 포항시는 지난 4일 시청 앞에 '포항주소갖기운동 51만 인구 회복을 위한 시민 염원탑'을 세우고 제막식을 하는 등 범시민 주소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상주시는 수년 전부터 인구 10만 명 사수에 시 역량을 집중해왔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지자 2019년 초 공무원들이 상복을 입는 등 충격적인 모습으로 인구 10만 회복 운동에 나섰다.

대학교 신입생 주소 이전 등으로 상주시는 2019년 10만 인구를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시 인구수는 2019년 (10만688명)보다 3천460명 줄어 9만7천228명이 됐다.

경북 지역 23개 시군 가운데 지난해 인구가 늘어난 곳은 경산시와 예천군 2곳뿐이다. 경상북도 인구도 지난해 263만9천422명으로 2019년보다 2만6천414명 감소했다.

문경시는 최근 출산장려정책 효과로 지난해 출생아가 328명으로 2019년보다 14명 늘었다고 자랑했다. 출생아 수가 최근 2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인 곳은 경북도에서 문경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시보건소가 산모와 건강관리사들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문경시보건소가 산모와 건강관리사들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하지만 문경시의 지난해 인구는 7만1천406명으로 2019년 (7만2천242명)에 비해 836명 감소했다. 문경시 인구는 경북도 10개 시 지역 가운데 가장 적다.

안동시와 영천시, 울진군, 성주군, 고령군 등도 인구 지키기를 위해 올해 출산 장려금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인구 데드크로스'가 시작된 시점에서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경쟁은 결국 '제 살 파먹기' 식이다. 우리나라, 경북도 인구가 모두 감소하는 데 한 지자체 인구가 늘면 다른 곳은 줄지 않는가.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인구 감소에 따른 공무원 조직의 슬림화와 효율적인 운영 등 새로운 살림살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은 선거 때 표를 의식한 치적 쌓기 인구 늘리기 정책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미래 우리 자식 세대들이 모두 걸머지게 된다. 냉정한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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