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 수사로 비난 여론이 뜨겁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두 번씩이나 국민께 사과했다. 학대 행위로부터 정인이를 3번이나 구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경찰은 있으나 마나 했다. 최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혐의 사건 수사에서도 경찰은 국민적 불신을 받았다.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수사에서는 무능함을, 권력층 비리 수사에서는 눈치 보기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올해부터 막강한 수사 권력을 갖게 된 경찰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사법 개혁 종착지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 쪽으로 가닥 잡히면서 이제는 경찰 수사권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경찰이 67년 만에 검찰 지휘로부터 사실상 벗어나게 됐지만, 그에 합당한 독립성 및 공정성 장치를 갖췄는지는 의문부호가 여전히 따라다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이용구 사건, 정인이 사건 등은 경찰이 수사권을 온전히 다 가졌을 때 어떤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지를 예고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통해 경찰의 사건 덮기에 대한 통제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봐주기식 수사를 하더라도 제어할 수단이 마땅찮다.
특히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보장하는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은 너무나 큰 문제다. 경찰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고위급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경찰은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인 경찰의 수사를 청와대가 좌지우지할 소지가 충분한 구조인 셈이다. 검찰의 수사 지휘가 없어지는 대신 행정 라인을 통해 청와대가 합법적으로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현 집권 세력은 검찰의 공정성·투명성 부족을 명분으로 사법 개혁을 밀어붙이지만 결과적으로 경찰의 권력 독점 구도를 만들어 놨다. 늑대를 피하겠다며 범을 키우는 격이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본 경찰은 권력 핵심부 입장에서 껄끄러운 검찰과 달리 '양순'하기까지 하다. 문 정부가 내세운 검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결국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전형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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