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내밀었던 여권 인사들의 비난이 거세다.
9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통해 "출마를 앞두고 인물 예능에 출연하는 정치인들"이라며 나 전 의원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이 없는 건지, 세탁이 필요한 건지, 특혜를 누리겠다는 건지, 아님 서울시장을 '아내의 맛'으로 하겠다는 것이냐"라며 "자문해보라"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또 다른 글을 통해 "정말 낯 뜨겁다. 서울시장 나가겠다는 여자들이 '아내의 맛' 정도는 내야 한다는 건가"라며 "시대착오, 전근대적, 공사 구분 안 되고 여성 인격 고정관념 강화하는 프로그램에 나가야 하냐, 이미지만 있는 여성 정치인들을 과연 스마트한 서울시민들이 반기겠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내밀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나 전 의원의 방송 출연이) 명백히 선거에 활용된다"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8일 KBS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출연해 "이렇게 출마 의사가 분명한 사람들은 부르면 안 된다"라며 "TV조선에서 특정 서울시장 후보, 여야 후보들을 이렇게 초대해서 일종의 선거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방송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종편 예능프로그램이 일부 정치인들의 사전 선거운동장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라며 비판 여론에 가세했다.
9일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선거일까지 9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예능 방송 출연은 편파적인 방송으로, 사전 선거 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인 정치인도 아니고 알만한 것은 다 아는 정치인들이 법이 허술한 틈을 타 예능 방송을 빙자한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은 꼼수"라며 "출마 여부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유력후보로 거론된바, 공정하지 못한 출발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해 남편 김재호 판사, 장애를 앓는 딸 유나씨와의 일상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오는 12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을 앞두고 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방송에서 딸 유나 씨와 함께 토스트를 만들거나 드럼을 치며 춤을 추는 등 소탈한 일상이 전파를 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6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방송은 5.682%~11.204%(이하 비지상파 유료가구)를 기록하며 지난주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5.4%까지 치솟았다.
방송 이후 누리꾼들 역시 "가정이 화목해 보인다. 보기 너무 좋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싹 날리게 해준 방송이다. 딸을 저렇게 키우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냐", "나 전 의원도 우리와 똑같은 엄마였다. 훌륭하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 전 의원은 예능 출연 계기에 대해 "지난해 낙선 후 특별히 방송 출연이나 정치 활동을 안 하다 보니 너무 국민과거리가 멀어져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을 둘러싼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이재명 경기지사도 고정 프로그램에 상당히 오래 나오지 않았나"라며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주 그렇게 나가진 않을 거다. 정치하기도 바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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