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환경 파괴와 팬데믹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온 세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중환자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고, 일본도 확진자가 폭증해 수도권 4개 지방자치단체가 또 다시 긴급사태를 선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3차 대유행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이달 17일까지 연장됐다. 더구나 전염력이 70%나 더 높다고 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해 전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19 백신이 신속히 개발돼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왜 생겼으며 과연 인류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최근 20년 동안 인류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몇 차례 전쟁을 치렀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그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다.

이들 바이러스의 기원과 전염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야생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점과 또한 그 배후에는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그리고 야생동물 서식지의 감소와 같은 환경문제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 발표된 IPBES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유발하는 인간 활동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팬데믹 위험을 초래한다. 또 전염병을 다루는 전 세계적 접근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미래의 전염병이 코로나19보다 더 자주 나타나고, 더 빠르게 확산되고, 세계 경제에 더 많은 피해를 입히고,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7월호 사이언스 잡지의 정책포럼에서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열대밀림의 훼손을 막고 야생동물의 거래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액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의 특징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발달한 곳에서 맹위를 떨친다는 점이다. 과거의 전염병이 위생상태나 영양 상태가 불량한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시에서의 밀집·밀접·밀폐된 생활환경이 코로나19의 대량 확산을 초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과소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인구는 더욱 밀집해지고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오늘날 도시는 전세계 에너지소비량의 70%를 소비하고 있으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75%가 도시에서 발생되고 있다. 이것은 지구 환경에 미치는 도시의 영향이 얼마나 크며, 지구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시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재갑 교수(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내과학교실)
최재갑 교수(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내과학교실)

우리가 누리는 도시생활의 편리함 이면에는 에너지 과소비와 환경 파괴라는 근원적 문제가 내재돼 있고 그것은 다시 전염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으며, 도시에서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도시의 인구를 분산시키고 삶의 방식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꿔 환경을 보존하고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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