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세균 총리가 달라졌어요…눈물과 버럭 '감성 정치' 시동

'미스터 스마일' 탈피…야당의 백신 확보 지적에 반박
소상공인 고충 언급하며 글썽…"친문진영에 존재감 각인" 분석
이 대표와 겹치는 친문·호남 표심 동시에 끌어안으려는 행보로도 해석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화상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화상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초부터 그간의 점잖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파격 행보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야당의 맹공에는 유례없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각을 세우는가 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충을 언급하면서는 눈물을 훔쳤다.

다가온 대선 시간표 앞에 '미스터 스마일' 정 총리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해석이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대정부 긴급현안질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수급책임을 "담당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발언한 야당 의원을 향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느냐. 떠넘기긴 뭘 떠넘기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국가 원수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품위를 지켜라"며 호통을 쳤다.

그간 수차례 총리로서 국회에 출석하면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공세에 맞서 문 대통령을 엄호하는 동시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당내 대권 구도를 두고 관망하고 있는 친문진영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 총리는 백신 확보물량에 대해서도 "5천600만 명분이면 현재로서는 적당한 양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선진국이 인구보다 코로나 백신을 7배나 더 확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라. 남의 나라가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거칠게 반박했다.

이를 두고 최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논란 등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체제가 깨지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약진하는 구도 속에서 이탈하는 친문·호남 표심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정 총리 입장에선 이 대표와 같은 호남·총리 출신으로 지역과 지지 기반이 겹치는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 수급 상황 및 접종 시기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발언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실태, 백신 수급 상황 및 접종 시기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발언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정 총리가 국회에서 눈물을 보인 것도 이례적인 모습이다.

정 총리는 헬스장 등 일부 업종이 제기한 방역지침 형평성 문제를 묻는 질의에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라며 감정이 북받친 듯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충분히 이해되고 역지사지를 해보면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여권 한 인사는 "정 총리가 인간적인 모습을 내보이며 '감성 정치'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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